노년기 인지(認知) 퇴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새나 물고기보다는 개나 고양이와 같이 사는 게 낫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떤 반려동물을 키우는지가 인지 능력 유지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진은 유럽 11국 50세 이상 성인 1만6582명의 삶을 18년간 추적한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밝혔다. 유럽과 미국 언론들이 최근 주목한 이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나 개를 키우는 사람이 그러지 않는 사람보다 언어 유창성(실행 기능)과 기억력(일화 기억) 저하 속도가 느린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개와 함께 걷는 활동이 신체 움직임과 사회적 교류를 촉진하고, 고양이와 섬세하게 교감하는 일은 뇌의 감정 및 집중력과 관련된 전전두엽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왜 물고기나 새를 키우는 사람은 인지 저하 속도가 늦춰지는 효과가 거의 없었을까. 연구진은 “물고기는 수명이 짧고 교감할 수 있는 행동 반응이 제한적이고, 새는 의외로 수면을 방해하는 소음을 유발해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반려동물의 효과는 존재 자체보다는 얼마나 자주 상호작용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연령대에 따른 효과 차이는 없었고 70대든 80대든 반려동물이 인지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노년기 어느 시점에서든 개나 고양이를 키우면 뇌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반려동물과 이루는 정서적 유대와 상호작용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외로움을 덜어주며,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는 등 뇌 건강에 중요한 요소와 연결되어 있다”며 “정책적으로 고령자들의 반려동물 양육을 지원하고, 동물 친화적 주거 환경을 확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이 노년기 인지 능력 저하를 늦추는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