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타민, 엑스터시, 환각 버섯, 두꺼비독….

사회적으로 여러 부작용을 낳아온 환각제다. 이런 환각제가 최근엔 중증 우울증 환자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인 독일 ‘아타이’가 환각제의 일종인 합성 실로시빈 성분으로 만든 코(鼻) 스프레이 형태의 신약이 임상 2상에서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에게 효과를 보였다고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환자 193명에게 약을 처방했는데 대부분 환자의 우울 증상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중독 증상이나 자살 충동 같은 부작용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치료 저항성 우울증은 일반적인 약물 치료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우울증을 뜻한다. 미국에선 성인 우울증 환자의 30% 정도가 치료 저항성 우울증으로 분류된다. WSJ는 “코 스프레이 형태라 약물이 빠르게 혈관에 흡수돼 약효가 바로 나타나고 분해도 빨라 환각 상태도 오래가지 않는다”면서 “미식품의약국(FDA)과 조만간 임상 3상 진행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FDA는 최근 들어 환각제를 활용한 우울증 치료 개발에 열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약물의 극소량만 투여하는 소위 '미세 투여'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환자들이 환각으로 인한 부작용 없이도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임상에서 입증되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엔 존슨앤드존슨이 환각제인 케타민을 활용해 만든 코 스프레이 신약 '스프라바토'<사진>가 FDA 승인을 받기도 했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지난해 환각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소네이라)에 1500만달러(약 205억원)를 투자하는 등 환각제를 치료제로 만드는 기업에 투자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바이오 업계는 환각제를 활용한 우울증 치료제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WSJ는 “아타이를 비롯한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 시험에 최종 성공하고 제품 출시로 이어지기까지는 최소 수년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