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은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가 2025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황 교수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 연구를 통해 국내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3일 올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황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성과를 이룬 과학기술인을 발굴해 2003년부터 시상해 온 국내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인상이다. 수상자에게는 대통령 상장과 상금 3억원이 수여된다. 황 교수는 역대 48번째 수상자로, 올해 시상식은 오는 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하는 ‘2025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개회식에서 열릴 예정이다.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에서 학·석·박사를 마친 황 교수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1998년부터 모교 재료공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겨 연구 활동을 이어왔다.

황 교수의 연구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백금/이산화티타늄/백금 구조의 아주 얇은 실(나노 필라멘트)을 분석해, 저항 변화 메모리 소자의 작동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저항 변화 메모리는 저항값의 차이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에너지 효율이 높다. 황 교수는 이 메모리에서 저항이 바뀌는 현상이 특정한 형태의 티타늄 산화물이 형성됐다가 사라지는 과정 때문에 나타난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2010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발표된 이후 2450회 이상 인용됐으며, 저항 변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인용 빈도수 상위 5위 내 논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황 교수는 SCI 논문 750편을 발표하고, 국내외 특허 227건(142건 출원, 85건 등록)과 기술 이전 16건 등 학술 연구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산·학 협력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 발전에도 크게 공헌하고 있다. 또 석사 65명, 박사 100명을 배출하며 차세대 반도체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황철성 교수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인에게 주는 상이라기보다는, 반도체 분야의 중요성을 감안한 결과라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교수는 향후 연구 계획에 대해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뉴로모픽 반도체’를 꼽았다. 그는 “챗GPT와 같은 기계지능은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인간의 뇌는 전혀 다른 효율적인 방식으로 사고한다”며 “인공지능(AI) 3대 강국이 되려면 데이터센터가 1000개는 있어야 하고, 그만큼 전력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뉴로모픽 소자를 개발하면 자원 소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년을 4년 앞둔 황 교수는 “정년 후에는 그림이나 오디오 제작 등 개인적인 꿈도 있었지만, 연구를 더 하게 된다면 하고 싶은 연구보다 지금 꼭 필요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메모리 반도체가 중국에 반 발짝이라도 앞설 수 있도록, 인력을 양성하고 후배들을 위한 연구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