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흔적인 유전자 돌연변이는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진다. 이렇게 생애 전반에 걸쳐 축적되는 체세포 돌연변이를 정밀하게 추적하려는 국제 과학자들의 노력이 마침내 성과를 냈다.
인체 돌연변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결성된 ‘인간 조직 전반의 체세포 모자이크 네트워크(SMaHT)’ 연구진은 첫 연구 결과인 ‘체세포 돌연변이 지도’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3일 발표했다. 미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오지원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를 포함한 국내 연구진도 참여했다.
사람은 살아가는 내내 몸속 세포에 돌연변이를 축적해 나간다. 이런 체세포 돌연변이는 암, 노화, 신경질환 등 여러 질병과 관련돼 있지만, 일부 장기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연구돼 왔다. 인체의 각 장기에서 돌연변이가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일어나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연구진은 질병이 없는 성인 150명의 시신을 사망 후 24시간 이내 ‘신속 부검’을 진행해 뇌, 심장, 폐, 간, 피부, 혈액, 생식샘 등 총 19곳의 조직을 확보했다. 이 과정은 연세대 의대를 포함한 장기기증 네트워크와 장기적출 전문 기관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수집한 고품질의 유전체를 정밀 분석해, 체세포 돌연변이가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지 시공간적 특성을 세계 최초로 고해상도로 규명했다. 건강한 인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체세포 돌연변이의 지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해당 데이터는 건강한 조직의 유전체를 기준으로 삼아 다양한 질환의 분자적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핵심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오지원 교수는 “최신 유전체 분석 기술을 동원해 아주 미세한 돌연변이도 포착해 냈으며, 이 과정에서 ‘클론 확장’이라는 세포들의 집단 증식 현상도 관찰했다”며 “이는 암이나 노화, 심장병, 치매 같은 다양한 질환을 연구하는 데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구축한 대규모 데이터는 전 세계 연구자에게 공개된다. 돌연변이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0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