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26일 본회의를 열고 국내 첫 상업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 해체를 승인했다./뉴스1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6일 회의를 열고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해체를 승인했다. 국내에서 상업 원전 해체 승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29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한국의 첫 원자력발전소다. 가압경수로 방식으로 전기출력은 587메가와트(MWe)급 원전이다.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 영구 정지됐고,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2021년 5월 14일 고리 1호기 해체승인을 신청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서류적합성 검토를 거쳐 2022년 2월부터 3년에 걸쳐 한수원이 제출한 고리 1호기 최종해체계획서에 대해 심사를 진행했다. KINS 심사는 한수원이 제출한 최종해체계획서와 해체에 관한 품질보증계획서의 내용이 적합한 지 확인하는 절차다.

원안법 시행령은 해체승인 기준으로 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는 원자로시설의 해체에 필요한 기술능력을 확보하고 있을 것, 원자로시설의 해체계획 등이 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할 것,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폭방사선량이 선량한도를 초과하지 않을 것 등이다.

KINS 관계자는 “고리 1호기 시설과 부지의 방사선학적 특성 정보에 기반한 해체 계획의 적합성과 방사선 방호 계획의 적합성, 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의 구체성 등을 검토했고, 심사가 마무리된 올해 2월부터는 심사 결과에 대해 원자력안전전문위의 검토를 거쳤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쟁점이 된 것은 계속 운전을 하는 고리 2호기 옆에서 해체 작업을 진행해도 될 지 여부였다. 제무성 원안위원은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여부가 결정이 안됐기 때문에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결정을 좀 연기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이 고리 2호기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와 2호기는 계통 분리가 끝났기 때문에 해체 작업이 2호기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제216회 본회의를 열고 고리 1호기 원전 해체를 승인했다./원자력안전위원회

해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가능성과 이에 따른 예상피폭선량이 선량한도를 밑도는 지도 관심사였다. 원안위와 KINS는 주요 해체 작업별로 해체 작업 종사자나 외부 주민이 받게 될 예상 피폭선량을 평가했는데, 모두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다.

한수원이 고리 1호기 해체를 위해 충분한 준비를 마쳤는 지도 평가 대상이었다. KINS와 원자력안전전문위는 한수원의 고리 1호기 해체 준비가 기준에 맞춰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한수원은 해체업무를 전담할 조직을 신설하고 108명의 인원을 배치했다. 본사 원전사후관리처 25명, 고리 1호기 해체사업실에 68명, 중앙연구원 원전사후그룹에 15명 등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한수원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양성한 해체 인력은 599명으로 지속적으로 인력 양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고리 1호기 해체를 위한 비용은 총 1조713억원으로 평가됐다. 해체사업 관리와 해체활동비가 8088억원, 폐기물 처분비가 2625억원 반영됐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은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별도 적립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제외됐다.

한수원은 원전 해체비용을 매년 충당부채 형태로 적립하고 있고, 실제 해체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 대비해 원전 1개 호기분의 해체비용은 현금으로 적립·보유 중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9647억원을 적립한 상태다.

원안위와 KINS, 한수원은 고리 1호기 해체에 1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금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도 있지만, 산술적으로는 2037년에 해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리 1호기와 비슷한 원자로의 경우 8~12년 정도가 보통 걸린다”고 설명했다.

고리 1호기 부지는 해체 완료 후에 산업 부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고리 1호기 바로 옆에 다른 고리 원전들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개방할 수 없다”며 “한수원은 원자력 관련 시설을 건설하는 등 산업부지로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원안위와 KINS는 고리 1호기 해체가 원전 해체 산업 육성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전 세계 22국에서 원전 214기가 영구정지된 상태다. 이 중 25기가 해체됐다. 미국이 20기로 가장 많고, 독일이 3기, 일본과 스위스가 각각 1기다. 영구 정지 상태지만 아직 해체되지 않은 원전이 189기에 달한다. 영구정지를 앞둔 원전도 많기 때문에 원전 해체 시장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국내 원전 업계는 고리 1호기 해체에 참여해 실적을 쌓으면 해외 원전 해체 시장에도 뛰어들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원전 건설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해체 시장에서는 아직 경험이 없다. 원전 20기를 해체한 미국은 원전 해체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만 2곳이 있다.

한수원은 이번에 고리 1호기 해체를 준비하면서 58개 해체 상용화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도 자체적으로 38개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