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매년 850명이 입학하는데, 실제로 졸업하는 인원은 750명에 그친다. 서울대 공대가 대한민국 제조업 인력을 배출하는 임무가 있는데, 이 숫자를 보고 크게 놀랐고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1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열린 ‘이슈&보이스’ 포럼에서 공학 혁신 인재 프로젝트인 엑셀(EXCEL·Education for X-Caliber Engineering Leaders)을 공개했다.
엑셀 프로젝트는 공대 학부생 중 매년 40명을 선발해 3년간 총 9000만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장학금 2000만원, 연구비 1000만원을 준다. 김 학장은 “인공지능(AI) 업체 딥시크 쇼크 때 중국의 젊은 천재들을 보고 충격을 받고 프로젝트 마련에 나섰다”며 “초우수 학부 연구생을 선발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엑셀 프로젝트는 초우수 인재를 입학 성적이나 학부 성적으로 뽑지 않는다. 김 학장은 “성적과 무관하게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학생을 선발하려고 한다”며 “엉뚱한 질문을 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뽑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서울대 공대는 학생 선발 방법을 결정할 태스크포스(TF)도 만들었다.
해외 인재 육성 방안도 있다. 개발도상국의 초우수 학부생을 유치하는 방안이다. 김 학장은 “개도국의 초우수 대학교 1학년생을 직접 인터뷰해서 매년 20명을 선발하려고 한다”며 “선발한 학생은 서울대 공대 2학년으로 편입시키고 매년 2000만원씩 3년 간 지원해 국내에 정착을 유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는 베트남 대학 두 곳과 구체적인 교류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포럼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공학인재 양성 정책을 제시하고, 연구중심 대학으로서 서울대 공대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공학 인재를 육성할 전략도 제시했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학의 규제 개선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서울대는 수도권 규제와 국립대 규제를 동시에 적용받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정책 실현이 어렵다”며 “대학과 관련한 여러 규제를 턴키로 한 번에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공대 출신인 송재준 컴투스 GCIO(글로벌 최고 투자 책임자) 겸 크릿벤처스 대표와 안상일 알토스벤처스 파트너는 창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안 파트너는 “서울대에 있는 오래된 건물을 창업 동아리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로 만들어달라”고 말했고, 송 대표는 기부금 제도의 활성화와 병역특례요원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김 학장은 정부 차원에서 이공계 대입 정원 10만명 중 1% 정도인 1000명을 매년 선발해 육성하는 ‘한국형 천인계획’을 추진하자고 밝혔다. 또 국가 주도 AI혁신연구원을 세우고 200명의 박사급 인재에게 5억원 이상의 파격적인 연봉을 보장하는 방안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