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관련된 쥐의 뇌 피질 가운데 일부인 1㎣ 를 떼어내 신경세포(뉴런) 간 연결 등을 회로로 구현한 지도.

모래알만 한 1㎣ 뇌 시각 피질. 생쥐 뇌의 1%가 채 되지 않는 작은 크기로 떼어냈지만, 이 안에 신경세포(뉴런) 8만4000개가 있고 뉴런 간 연결 부위(시냅스)는 5억2400만개나 된다. 뉴런 간 연결망 전체 길이는 5㎞에 달한다. 1㎣ 안에 우주가 들어있는 셈이다. 시각과 관련된 생쥐 뇌 피질 일부를 3D(차원) 신경 회로로 구현한 지도가 최초로 완성됐다. 뉴런이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지 기능과 연결 구조를 동시에 보여주는 포유류 뇌 지도를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인간의 뇌 구조를 밝히기 위한 미국의 연구 프로젝트 ‘마이크론스(MICrONS) 컨소시엄’은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자매 학술지에 쥐의 뇌 시각 피질 중 1㎣를 분석한 고해상도 신경 회로 지도를 공개했다. 마이크론스는 150여 명의 과학자가 7년간 진행한 프로젝트로,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 노벨상을 탄 프랜시스 크릭이 1979년에 불가능하다고 했던 1㎣ 뇌 지도를 이번에 완성했다.

그래픽=김현국

이를 통해 뉴런 하나하나가 어떤 자극에 반응하고, 어떻게 연결돼 있으며, 어떤 경로로 신호를 주고받는지 직관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에 대해 2003년 인간 한 명의 모든 DNA 정보를 해독해낸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맞먹는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연구팀은 “우리는 이제 뇌 속 세포 하나를 조절해, 신경계를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며 “신경과학의 ‘구글 지도’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복잡한 뇌 구조를 파악하는 데는 여러 단계의 연구 과정이 필요했다. 먼저 미국 텍사스 베일러의과대학 연구팀이 쥐가 ‘볼 때’ 활동하는 뇌의 시각 피질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나섰다. 쥐에게 유튜브 영상 등을 보여주고, 활성화되는 뉴런들의 활동을 기록했다.

다음 단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이 후원하는 앨런 뇌과학 연구소에서 진행했다. 연구팀은 시각 피질 부위 뇌 조직 1㎣를 머리카락 400분의 1 굵기로 잘라 2만8000개의 단면으로 만들었다. 이후 이를 고해상도 전자현미경을 통해 차례로 촬영했다.

촬영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는 인공지능(AI)이 활용됐다. 프린스턴대 연구팀은 AI가 뇌 조직의 단면을 촬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포의 윤곽을 인식하고, 3차원 구조로 재구성하도록 설계했다. 이런 과정 등을 거쳐 쥐 뇌의 시각 피질 일부를 신경 회로도로 구현한 것이다. 1㎣ 시각 피질 안의 시냅스는 5억2400만개에 달했고 연결망 전체 길이는 5㎞나 됐다. 연구팀이 “은하계 지도를 보는 것 같다”고 한 이유다.

연구팀은 “이 지도를 통해 뉴런 간 연결을 상세히 분석하고,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조현병 등 신경 질환 치료와 AI 고도화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뇌 해독의 서막을 연다는 기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데이터를 공공에 무료로 개방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