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뉴스1

한미약품이 삼중 작용제 비만 치료제의 임상 1상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4주 투약 후 최대 10.64%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3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 참가해 삼중 작용제 비만 치료제인 ‘HM15275’의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했다고 22일 밝혔다.

삼중 작용제는 위고비나 마운자로와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뿐만 아니라 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치료제로 기존 비만 치료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

GLP-1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은 억제해 포만감을 높인다. 배고픔을 줄여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원리디. GIP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이점을 높이고,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같은 부작용을 줄인다. 글루카곤은 포만감 조절과 함께 에너지 소비·지질 대사 조절에도 관여한다.

한미약품은 지난 5월 ‘HM15275’의 임상 1상 시험을 완료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임상 1상 결과를 대외에 공개한 것이다. 임상 1상은 건강한 성인과 비만 성인 7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HM15275를 4주 동안 주 1회 피하 주사한 뒤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약력학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임상 1상의 4주 반복 투여 최고 용량군(0.5-2-4-8ㄹ㎎)에서는 단 4회 투약 후 29일차에 위약 대비 평균 4.81%의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 특히 최대 체중 감량을 보인 참여자에서는 43일차에 10.64%의 체중 감소가 관찰됐다.

이문희 한미약품 GM임상팀장(상무)은 “HM15275 임상 1상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안전성이 검증됐고, 기대에 부합하는 좋은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 2상의 시작 용량과 증량 방법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4주 투약에서 확인된 안전성을 바탕으로, 8㎎ 이상 높은 용량을 포함한 장기 투여 임상 2상을 연내 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연구원들이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와 신개념 비만치료제 HM17321의 주요 연구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설명하고 있다./한미약품

한미약품은 학회에서 HM15275의 다른 2건의 비임상 연구 결과도 공개했다. 비만 동물 모델에서 기존 비만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상품명 위고비)와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보다 우수한 체중 감소 효능을 보여준 연구 결과다. 기존에 티르제파타이드를 투여 중인 상태에서 HM15272로 약물을 전환하자 추가적인 체중 감량이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비만 동물 모델에서 수행한 전사체 분석 연구에서는 HM15275가 지방 분해는 촉진하고 근육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 분해를 억제했으며, 포도당 기반의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함으로써 혈당 조절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결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또 다른 신약 후보물질인 HM17321’에 대한 비임상 연구 결과 3건도 발표했다. HM17321은 GLP-1을 비롯한 인크레틴 수용체가 아닌 CRF2(corticotropin-releasing factor 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UCN 2(Urocortin 2) 유사체다. 지방은 선택적으로 감량하면서도 근육량은 증가시키는 혁신 신약으로 평가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지방과 함께 근육까지 빠지는 문제가 있었다.

HM17321은 설치류 비만 모델과 비인간 영장류 모델(원숭이)에서 체중 감량과 동시에 체성분이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다른 연구에서는 HM17321이 근육 증가 효과는 물론, 직접적인 근육 작용을 통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혈당까지 조절함으로써 ‘제2형 당뇨병(T2D)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였다.

최인영 R&D센터장(전무)은 “한미의 비만대사 분야 연구 역량과 개발 노하우는 국내 최고 수준을 넘어 이미 글로벌 빅파마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의 기술력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전세계 의약품 시장이 비만 치료제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글로벌 프런트 러너(front runner, 선두 주자)’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