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조 단위 매출을 거두는 항암제를 보유한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과 머크(MSD)가 개발 중인 피하주사(SC) 제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여부에 국내 바이오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뿐 아니라 국내 파트너인 유한양행(000100), 알테오젠(196170)의 하반기 주가 흐름과 향후 실적에도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환자 정맥에 투여하는 정맥주사(IV) 제형의 항암제는 투여하는 데 4~5시간이 걸리지만, SC 제형은 5분 내로 투여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환자가 집에서 직접 투여할 수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기존 자사 항암제를 SC 제형으로 변경해 개발 중이다. 항암제 투약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SC 제형이 출시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처방이 확대돼 수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J&J의 항암제 리브리반트 SC 제형이 올해 하반기 중 FDA 승인 여부가 나올 예정이다. 앞서 유럽에서 승인을 먼저 받았다.
J&J가 지난 16일(현지 시각)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리브리반트와 유한양행의 렉라자(현지 제품명 라즈클루즈)를 동시 투여하는 병용 요법의 글로벌 매출액은 1억7900만달러(약 2500억원)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두 약물의 병용요법 매출 1억4100만달러(약 1961억원)에 이어 실적 성장세가 확인된 것이다.
리브리반트 SC와 렉라자 병용 요법의 처방이 확대될수록 유한양행 수익도 늘기 때문에 유한양행에도 주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MSD도 항암제 키트루다 SC 제형을 개발했다. 9월 중에 FDA가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MSD는 FDA 허가를 받아 10월 중에 키트루다 SC를 첫 피하주사형 면역관문 억제제로 출시하는 게 목표다.
면역관문은 면역세포가 실수로 공격하지 않도록 정상 세포에 표시하는 단백질이다. 암세포는 종종 면역관문으로 위장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한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암세포의 이런 꼼수를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제대로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키트루다 SC에는 국내기업 알테오젠의 제형 변경 기술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이 적용됐다. 알테오젠이 보유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은 피하조직의 투과성을 높여 약물이 피하조직에서 빠르게 분산돼 혈액에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다.
MSD가 키트루다 SC를 출시하면, 알테오젠은 승인·상업화에 따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판매에 따른 별도의 로열티(경상기술료)를 받을 수 있다.
키트루다는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 항암제로,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8% 늘어 295억달러(약 41조원)였다. 올해 1분기 키트루다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늘어 약 72억달러(약 10조원)를 기록했다. 2분기 실적은 오는 29일 발표될 예정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제약·바이오 연구위원은 “J&J가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해 주가가 전일 대비 6% 급등했고, BMS, 암젠, 길리어드, GSK, 일라이 릴리, 애비브 등의 주가가 일제히 반등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유예로 J&J가 당초 예상한 관세 영향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 게 확인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SC 제형은 빅파마(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호실적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기반 기술을 제공한 국내사들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허 연구위원은 “J&J와 MSD가 각각 개발 중인 SC 제형의 FDA 승인이 유한양행과 알테오젠의 주요 모멘텀(주가 상승 여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