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그룹이 경기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건립 중인 'CGB-CIC 오픈이노베이션 센터(CGB-CIC)' 조감도./차바이오그룹

차바이오그룹이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혁신센터(CIC)와 손잡고 내년 상반기 판교에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센터를 연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창업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전주기 지원이 가능한 인프라이다.

한기원 차바이오텍(085660) 사장은 지난 11일 경기도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사전 오픈 행사에서 “차바이오텍은 그동안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세포은행(Cell Bank), 위탁개발생산(CDMO) 등 ‘C’로 시작하는 핵심 사업에 집중해 왔다”며 “이제는 ‘Contribution(기여)’을 통해 바이오 생태계 전체를 키울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말 완공될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월드컵 경기장 9개에 달하는 규모로, K바이오 생태계를 새롭게 정의할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보스턴의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보스턴(미국)=염현아 기자

◇바이오클러스터 CIC, 판교에 세계 11번째 지점

차바이오그룹이 손잡은 CIC는 1999년 미국 보스턴 인근 케임브리지에 설립된 바이오벤처 혁신 허브로,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등 유수 대학과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다케다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현재 미국 5개 도시와 로테르담(네덜란드), 바르샤바(폴란드), 베를린(독일), 도쿄·후쿠오카(일본) 등 전 세계 10개 도시에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1만1000여 스타트업이 거쳐간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이번 판교 센터는 CIC의 세계 11번째 지점이자 한국 첫 캠퍼스다.

차바이오그룹은 앞서 지난해 5월 CIC와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차바이오그룹이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짓고 있는 CGB(Cell Gene Biobank·세포 유전자 바이오뱅크)에 바이오 벤처와 연구개발(R&D) 기업들을 유치해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CGB는 줄기세포 바이오뱅크, CDMO 생산시설, 우수의약품생산규격(GMP) 제조시설 등을 통합한 첨단 시설이다.

내년 판교에 들어설 센터의 공식 이름은 ‘CGB-CIC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영문 CGB-CIC)’다. 연면적 약 2만 평 규모(지상 10층·지하 4층)로 건설 중이며, 30여 바이오 스타트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한기원 사장은 “미국 존슨앤드존슨(J&J), 존스홉킨스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줄기세포센터(ADSCC) 등에도 협력을 제안했다”며 “CGB를 기반으로 노화, 난치병 치료, 인공지능(AI) 기반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R&D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원 차바이오텍 사장이 1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센터 프리오픈(Pre-Open)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염현아 기자

CGB-CIC 내부에는 기업·기관들의 사무실과 연구 공간 외에도 임상시험용 시제품 생산이 가능한 제조시설과 품질관리, 실험실이 마련된다. 입주 기업은 초기 실험 장비를 별도 구매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해당 장비는 CIC가 직접 지원한다.

특히 초저온 냉동고(콜드체인) 시설도 마련된다. 첨단 냉동 창고를 통해 바이오 시료를 보관·유지하며 글로벌 배송까지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다.

CGB-CIC 입주사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도 있다. 차바이오그룹이 협력하는 대학·연구소 등 국내외 네트워크, CDMO 시설, 동물실험 센터 등을 지원받을 수 있고, 그룹의 가장 큰 장점인 병원 내 의료진·환자와 연계해 임상시험 인프라도 이용할 수 있다.

양은영 차바이오그룹 부사장은 “CGB-CIC를 건설하면서 국내 바이오 벤처들에게 어떤 인프라를 원하는지 사전 수요 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규모 오피스나 실험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체 60% 이상이었다”며 “그 외 시제품 생산 시설을 비롯해 바이오 의약품 저장 공간에 대한 수요와, 비용 부담이 없는 공용 장비를 원한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CGB-CIC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공간 계획./차바이오그룹

◇내년 2분기 본격 운영, 스타트업에 해외 네트워크 제공

CGB-CIC 센터는 내년 2분기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며, 현재 입주 기업을 모집 중이다.

양 부사장은 “지난 10년간 국내 곳곳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표방하는 바이오 클러스터 단지가 많이 생겼지만, 성과를 비교해보면 아직 격차가 크다”며 “국내에는 R&D, 임상시험, CDMO, 해외 파트너링을 한 번에 연계한 통합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스턴 CIC의 입주사들이 2023년 30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고, 36건의 IPO(기업공개)를 달성한 반면, 국내 바이오 벤처의 최근 3년간 시리즈B 이상 후속 투자를 해외 벤처캐피탈(VC)이 주도한 비율이 9%에 불과하다.

양 부사장은 “전 세계 가장 큰 바이오 행사인 바이오 USA,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15년 넘게 참석해보니, 그 행사 현장에 가는 것보다 상시 네트워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판교 CGB-CIC 센터가 글로벌 제약사를 비롯한 투자 파트너와 기술수출 기회를 상시 연결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CGB-CIC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입주사들에게 글로벌 CIC 캠퍼스 이용 혜택이 주어진다./차바이오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