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 해변에서 사람들이 오후를 즐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AFP

‘지방 분해 주사제’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블루오션(경쟁없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경쟁 업체가 많지 않은 데다, 미디어와 소셜미디어(SNS) 영향으로 미용 시술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LG화학(051910)에 이어 메디톡스(086900), 휴온스(243070), 베르니에스테틱스 등이 지방 분해 주사제 허가를 받았거나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지방분해 주사는 턱이나, 배, 옆구리, 허벅지 등 특정 부위에 축적된 피하 지방을 제거하기 위해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이다.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비만 치료 주사제 위고비(Wegovy), 젭바운드(Zepbound) 등과 목적과 작용 원리가 다르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미국 일라이 일리의 젭바운드는 모두 식욕 조절과 혈당 조절을 돕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을 모방해 포만감을 늘려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원리다. 국내사들의 지방 분해 주사제는 데옥시콜산(deoxycholic acid)이 주성분으로, 특정 부위의 군살을 정리하고 신체 치수(둘레)를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체중 감량보다 미용 목적이 더 큰 것이다. 데옥시콜산은 원래 장에서 지방을 유화·용해하는 담즙산 성분으로, 지방세포 자체를 파괴해 숫자를 줄인다.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데옥시콜산을 주성분으로 하는 애브비의 ‘카이벨라(Kybella)’를 이중턱 치료용으로 처음 허가했다.

업계에선 다른 지방 분해 주사제는 지방세포의 크기를 줄여주는 것이고, 데옥시콜산 제제는 지방세포를 파괴·제거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방 파괴 주사’라고도 부른다. 제품 허가 적응증은 턱밑 지방 개선이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선 오프라벨(처방 외 목적)로 배, 허벅지 등 다양한 부위의 지방 제거에 사용되고 있다.

국내사 중 대웅제약이 가장 먼저 지방 분해 주사제 시장에 진출했다. 2021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데옥시콜산 성분의 ‘브이올렛’을 출시했다. 회사에 따르면 브이올렛은 현재 국내 지방 분해 주사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다. 대웅제약은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브이올렛의 팔뚝살 제거 효과를 처음 확인한 임상시험 결과를 미국 미용피부과학저널(Journal of Cosmetic Dermatology)에 발표했다.

LG화학은 지난해 국내 두 번째로 이중턱 개선 주사제 ‘벨라콜린’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임상시험에서 턱밑 지방이 중등도에서 중증 수준인 성인에게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회사는 제품 출시 6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이 2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거리 일대의 한 의원. 피부 미용 시술 홍보 입간판이 줄지어 있다. /허지윤 기자

후발 주자들도 준비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방 분해 주사제 ‘뉴브이(NEWV, 개발명 MT921)’를 개발해 2023년 턱밑 지방 개선을 적응증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회사 측은 “식약처의 허가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휴온스(243070)그룹이 투자한 베르니에스테틱스도 지방 분해 주사제 ‘MRC101’을 개발 중이다. 회사는 “이달 초 임상 2상 시험 참가자 모집을 조기 완료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임상시험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발이 끝나고 허가를 받으면 휴온스바이오파마가 제품 제조·판매를 맡는다.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전략적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판권과 제조권을 확보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미용 의료 시술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271억 달러(약 175조원)로 연 평균 약 14.7%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3321억 달러(약 45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미용 시술이 대중화되면서 지방 분해 주사제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용·성형 시장은 지방 흡입이나 성형 같은 수술 치료에 대한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주사처럼 비(非)수술 치료법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름 개선제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도 초기엔 일부만 찾았다가 제품이 늘고 시술이 대중화되면서 수요가 증가했다”며 “지방 분해 주사제 시장도 정식 허가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같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피부과 의원 원장은 “연예인과 아이돌 연습생, 결혼을 앞둔 신부, 대학 졸업생, 취업 준비생,외국인 관광객 등 지방 분해 주사제를 찾는 고객은 다양하다”며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이 시술 경험을 공유하면서 따라 찾는 수요도 많다”고 말했다.

일선 피부과·성형외과 의원에서는 ‘지방 분해 주사’, ‘윤곽 주사’, ‘다이어트 주사’ 등 다양한 명칭으로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데옥시콜산뿐 아니라 카페인, 스테로이드, 히알루로니다제 등 다양한 성분의 약물을 혼합해 쓰는 ‘칵테일 주사 요법’을 쓴다.

의사마다 약물 배합 비율을 비롯한 시술 전략이 다른 데다 비급여 항목이라 시술 결과도,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시술 후 부작용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해 지방 분해 주사 시술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균 감염, 피부괴사,중환자실 집중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급성 중독반응, 약물 두드러기 반응 등 심각한 사례도 드물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민정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건의료평가연구본부장은 “의사마다 시술법이 달라, 지방 분해 주사 시술을 고민하고 있다면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확인한 후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