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CAR-T)세포가 암세포(녹색)에 달라붙어 공격하는 모습의 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카티 치료제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시장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Eye Of Science/Science Photo Library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꿈의 항암제’ 카티(CAR-T)세포 치료제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큐로셀(372320), 앱클론(174900) 등 국내 기업들도 해외 진출 기회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CAR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란 뜻이다. 카티는 그리스 신화에서 여러 동물의 모습을 가진 동물 키메라처럼, 면역세포인 T세포에 암세포 표면의 항원 단백질을 찾는 유전자까지 결합했다. 암세포만 찾아 공격해 치료 효과가 월등하고 부작용이 적다. 한 번 몸에 넣어주면 증식하면서 계속 암세포를 죽인다고 ‘살아있는 약물’ ‘암세포의 연쇄파괴자’로도 불린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폴라리스 마켓 리서치&컨설팅에 따르면 카티 치료제는 지난해 약 1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으며, 올해 15조원을 넘어 2034년까지 256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FDA, 카티 요건 폐지…글로벌 개발·투자 속도↑

3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최근 카티세포 치료제에 적용해온 ‘위험 평가·완화 전략(REMS)’ 요건을 전면 삭제했다. REMS는 중대한 부작용 위험이 있는 치료제에 대해 FDA가 별도로 요구해온 안전 관리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카티 치료제를 사용하려면 인증을 받은 병원에서만 투약이 가능했고, 전신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CRS)이나 신경계 독성 등 부작용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악템라(성분명 토실리주맙)’를 비롯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구비해야 했다.

그래픽=손민균

FDA가 이러한 요건을 폐지한 데에는 카티 치료제의 부작용 위험보다 치료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란 분석이다. 카티 치료제는 2017년 스위스 노바티스의 킴리아(kymriah)에 이어 지난해 영국 오토러스 테라퓨틱스의 오캣질(aucatzyl)까지 7종이 혈액암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았다. 이번 결정으로 카티 치료제 처방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카티 치료제 개발·투자 속도도 높일 전망이다. 미국 애브비는 지난달 미국 바이오 기업 캡스턴 테라퓨틱스를 21억달러(한화 3조원)에 인수하며 카티 후보물질 ‘CPTX2309’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몸 밖에서 T세포를 변형하고 다시 인체에 주입하는 기존 방식 대신, 환자 몸속에서 카티세포를 직접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암세포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mRNA를 코로나 백신에 썼던 나노입자에 넣어 몸속 T세포에 전달한다. mRNA는 한 번만 해당 단백질을 만들고 분해된다. 말하자면 1회용 카티 세포 제조 방식이다.

스위스 로슈도 지난해 카티 개발사인 미국 포세이다 테라퓨틱스를 15억달러(2조원)에 인수했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3월 카티 기술을 체내에서 구현하는 플랫폼을 가진 이소바이오텍을 10억달러(1조원)에 사들였다. BMS 역시 카티 신약을 개발하는 미국의 투세븐티바이오를 인수했다.

그래픽=정서희

◇국내 후발 기업에도 기회…큐로셀·앱클론 주목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카티 치료제 개발사들에게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큐로셀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카티 혈액암 치료제인 ‘림카토(안발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림카토는 혈액암의 일종인 재발성 또는 불응성 거대B세포림프종(LBCL) 치료제다. 핵심은 큐로셀이 자체 개발한 오비스(OVIS) 기술이다. 오비스는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위장하는 면역관문 단백질 PD-1과 함께 일부 T세포, 자연살해(NK)세포에 있는 면역 수용체인 TIGIT를 동시에 억제한다. 그만큼 치료 효과가 크다.

큐로셀의 림카토는 지난 8월 식약처로부터 첨단바이오의약품 신속처리제도 대상으로 지정됐다.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되면 ‘첨단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 심사’ 규정에 따라 임상 2상 시험만 해도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림카토의 국내 허가 여부는 올 하반기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FDA 허가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앞서 림카토는 임상 2상 시험 최종 결과에서 FDA가 허가한 6개 치료제보다 효능이 높다고 입증됐다.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환자의 비율인 완전관해율(CR)이 67.1%였는데, 킴리아(40%), 브레얀지(53%), 예스카타(54%) 대비 높게 나타났다.

부작용도 더 적었다. 세포치료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3급 이상의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CRS) 발생률은 림카토에서 9% 수준으로, 킴리아(17%)보다 낮았다. 신경독성도 림카토(3.8%)가 킴리아(11%)보다 낮았다.

앱클론도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을 대상으로 한 카티 치료제 ‘네스페셀(AT101)’의 국내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달 중순 중간 결과를 토대로 신속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이번 미 FDA의 카티 규제 완화로 향후 국내에서도 관련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림카토는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뒤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는 만큼, 이번 조치는 큐로셀의 글로벌 전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