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Chat GPT

탈모 시장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캐시카우(수익원)로 떠오르고 있다. 탈모 환자뿐 아니라 탈모를 예방·관리하려는 남녀 수요층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탈모 관련 일반 의약품과 화장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병의원에서 탈모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약 22만5000명에서 2022년 약 24만8000명으로 4년 새 11%가량 늘었다. 이 중 20~30대 환자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노화나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탈모인은 환자 집계에서 빠져, 실제 탈모를 겪고 있는 인구는 더 많다.

탈모는 유전·환경적 요인, 스트레스, 호르몬 영향 등으로 발생하는데, 최근 발생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다. 그만큼 시장도 성장세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글로벌 탈모 시장은 2020년 131억6200만달러(약 17조8000억원)에서 올해 210억9800만달러(약 28조5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JW신약(왼쪽)과 동아제약이 각각 출시한 탈모 치료 일반의약품./각 사

◇미녹시딜 주성분…여름철 불편 개선 신제품으로

시중에 나온 탈모 치료제의 대부분은 ‘미녹시딜’이 주성분이다.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모발 성장 촉진 효과가 확인되면서 탈모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두피의 말초혈관을 확장하고 피부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모발 성장을 돕는 원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88년 미녹시딜 성분의 탈모 치료제를 처음 승인했다.

JW신약(067290)과 동아제약이 지난달 각각 출시한 탈모치료제 신제품도 미녹시딜이 주성분이다. JW신약의 ‘마이딜 5% 폼 에어로졸’, 동아제약의 ‘카필러스 폼에어로솔’ 등 두 제품 모두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나왔다.

두 제품 모두 거품 형태로 탈모 부위에 바르는 방식이며 남성형 탈모증과 여성형 탈모증에 효과가 있어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성별에 따라 사용 권장 기간에는 차이가 있다.

두 회사가 같은 달 유사한 형태의 신제품을 내놓은 이유가 있다. 기존 액상 형태와 겔 형태의 탈모 치료약은 모발이 뭉쳐지게 해 여름에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를 개선해 여름철 수요 잡기에 나선 것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신제품은 밀도가 조밀한 폼 형태로, 액상과 겔보다 모발 뭉침과 떡짐 현상이 적어 아침 저녁으로 매일 사용할 수 있다”며 “기온에 따라 미녹시딜 폼이 빠르게 액상화되는 문제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JW신약은 경구용 탈모 치료제 ‘모나드 정’과 ‘두타모아 정’도 판매 중이다. 2023년 프랑스 제약사 피에르파브르와 국내 독점 계약을 맺고 모발 강화 화장품도 유통·판매하고 있다.

차메디텍이 출시한 탈모 증상 완화 스킨부스터 ‘셀터미 리바이브 HS’(위), 올릭스가 출시한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 ‘유베르나(U:BERNA) 제품. /각 사

◇탈모 연구 개발 성과, 기능성 화장품으로

탈모 관련 연구 성과와 보유 기술을 활용해 기능성 화장품을 먼저 선보이는 기업들도 있다. 올릭스(226950)차바이오텍(085660) 계열사 차메디텍이 그 예다.

두 회사는 지난달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화장품을 각각 출시했다. 신약 개발은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여러 단계 거쳐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보유 기술로 상대적으로 개발이 쉬운 기능성 화장품을 먼저 출시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올릭스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짧은 간섭 RNA(siRNA)를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 중인 바이오 회사다. RNA는 DNA의 유전자 정보를 복사해 단백질을 만든다. 그런데 RNA 중 일부 조각은 단백질을 만들지 않고 다른 RNA와 결합한다. 그러면 해당 RNA가 복사한 유전자의 기능도 차단된다.

이동기 올릭스 대표이사는 “모발 관련 연구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탈모 증상 완화 화장품 유베르나(U:BERNA)를 출시했다”며 “국내 시장을 시작으로 소비자 만족도와 사용성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빠른 시일 내 글로벌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베르나(U:BERNA)는 2주에 1회 1mL씩 사용해 총 12주간 집중 관리하는 화장품이다.

차메디텍이 출시한 스킨부스터 ‘셀터미 리바이브 HS’는 모발 형성의 핵심인 유두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원리로 개발됐다. 모근 하단에 있는 유두세포는 모낭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해 모발 성장과 모낭 주기 조절을 담당한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피부과 전문의 김상엽 JF피부과 원장 자문 하에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모발 밀도 증가, 정수리·M자 탈모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김석진 차메디텍 대표는 “차메디텍이 안면 중심의 미용에서 두피 탈모 분야로 확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파트너링으로 글로벌 에스테틱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