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들이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 신약에 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신약들이 성공하면 위탁생산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6~19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만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수장들은 모두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에서 수주 의지를 보였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항체 치료제의 대상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CDMO 회사에 요구되는 생산 능력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존림 사장은 “특히 많은 회사들이 이중·삼중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이중 항체는 (단일항체 대비) 캐파(생산능력)가 두 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업 생산이 된다면 더 많은 캐파가 요구될 것”이라고 했다.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사장도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항체의약품과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집중하는 듀얼 엔진(dual engine) 전략으로 위탁생산 수주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수주를 하면 소위 ‘대박’이 날 수 있는 분야”라며 “뇌 질환 치료제 특성상 많은 양의 도즈(dose·1도즈는 1회 접종량)가 요구되기 때문에 위탁생산 수주 시 대량 생산 주문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출시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키썬라(도나네맙)로, 모두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 단일 항체 의약품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본래 신경세포를 보호하지만, 뇌세포 밖으로 이탈해 뭉치면 오히려 신경세포를 파괴한다.
하지만 기존 치료제는 뇌 부종·출혈 같은 부작용이 있고,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또 두 약물 모두 뇌 장벽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양이 적어 효과가 크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두 치료제에 대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NHS가 감당해야 할 비용 대비 치료 효과가 이를 정당화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빅파마들이 꺼낸 카드가 이중 항체 치료제 개발이다. 이중 항체는 두 개의 다른 항원을 동시에 인식하는 항체로, 한 번에 하나의 항원만 결합할 수 있는 단일 항체보다 치료 효과가 높다.
특히 이중 항체 치료제는 혈뇌장벽(血腦障壁)을 통과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혈뇌장벽은 해로운 물질과 인자가 뇌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는 주요 장애물로 여겨진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 물질 트론티네맙은 다른 물질에 붙여 혈뇌장벽 투과율을 높였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지난 4월 국내사 에이비엘바이오(298380)의 이중 항체 기반 혈뇌장벽 통과 기술인 ‘그랩바디-B(Grabody-B)’ 기술을 사들였다. 프랑스 사노피도 2022년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사들인 이중 항체 치료 후보 물질 ABL301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