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무조건 미국 뇌전증 치료 시장 점유율 1위로 만드는 게 목표다. 여기에 추후 선보일 두 번째 제품을 연결해, 연 매출 ‘1조 클럽’에 조기 진입하고자 한다.”
이동훈 SK바이오팜(326030) 대표이사는 19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USA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엑스코프리의 미국 내 시장 입지를 강화해 연 매출 1조원 달성 목표 시점을 당초 제시했던 2029년보다 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엑스코프리는 신약개발부터 허가, 판매까지 국내 기업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최초의 국산 신약이다. 2019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아 2020년 5월부터 현지 시판 중이다. 국내에서 원료 의약품을 제조하고, 캐나다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는 마케팅 전략을 한층 강화해 환자 대상 TV·온라인 광고에 이어 전문의들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안에 미국 주요 도시를 돌며 뇌전증 전문의 100명을 직접 만날 계획”이라며 “의사들과 만나는 일을 늘리면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장의 의견을 들어 적응증 확대나 제형 다변화, 특허 연장 등 후속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 대응하고자 미국 푸에르토리코에 위치한 제약 생산 기지도 검토했다. 이 대표는 “푸에르토리코는 미국령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산하면 미국 내 생산으로 간주된다”며 “미국 FDA의 승인을 고려해 푸에르토리코 생산시설과 실사까지 마쳤고, 장기적으로 리쇼어링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차기 제품도 준비 중이다. 현재 SK바이오팜은 매출의 97%가량을 세노바메이트에서 올린다. 매출과 시장 확대를 위해 제품 다변화가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올해 안으로 엑스코프리와 영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외부 약물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엑스코프리로 구축한 세일즈 플랫폼에 두 번째 제품을 얹으면 매출 상승 탄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학, 바이오 기업과 협업해 기초연구와 초기 파이프라인(신약 후보군)을 확보하는 구조를 준비 중”이라며 “요즘 빅파마들은 기초 연구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추세”라고 했다. 이 대표는 “바이오 기업에서 개발 중인 유망한 중추신경계질환(CNS) 치료 후보물질을 확보해 향후 기존에 있는 항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군)까지 확장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AI(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도 주요 전략으로 꼽았다. SK바이오팜은 뇌파(EEG) 기반 발작 예측 알고리즘, AI 기반 임상 계획서 자동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는 “AI 없이는 신약 개발이 불가능한 시대”라며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뇌전증 환자 커뮤니티 기반의 환자 플랫폼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환자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은 치료 정보 공유는 물론, 임상 설계와 마케팅 도구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미국 사업은 관세, 약가 등 다양한 리스크(위험 요인)가 존재하지만, 우리는 제조 기반과 공급망을 다변화해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SK바이오팜만의 경험과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