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가 영국 오티모 파마(OTTIMO Pharma)가 개발 중인 이중 항체 신약 후보물질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수주했다. 지난 4월 아시아 소재 바이오 기업과 첫 항체-약물접합체(ADC) 임상시험용 후보물질 생산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약 두 달만의 수주 성과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8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오티모 파마와 항암 신약 후보물질 잔키스토믹(jankistomig)의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체결식은 바이오 USA 롯데바이오로직스 전시 부스에서 진행됐다. 계약 규모는 양사 계약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잔키스토믹은 암세포가 정상 세포로 위장할 때 쓰는 단백질 PD-L1과 종양을 키우는 혈관 내피 성장 인자(VEGF)를 동시에 공략하는 이중 항체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바이오 캠퍼스)에서 잔키스토믹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한다.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이날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잔키스토믹은 개발 성공 시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후보 물질”이라며 “상업화 성공 시 신약 위탁생산까지 수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이번 수주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셉 슐츠(Joseph Shultz) 오티모 부사장은 “이번 생산 협력은 잔키스토믹 개발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우수한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임상시험계획(IND) 제출과 임상 개시를 위한 준비를 한층 더 강화하고, 보다 빠르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내 ADC 위탁생산 5~6건 목표”
롯데그룹은 2022년 6월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하고 그해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12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수장으로 부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씨셀, BMS, 머크(MSD) 등에서 근무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 중심의 ADC 위탁생산 수주를 확대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ADC는 암세포를 잡는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차세대 항암제 기술로, 항체에 약물을 붙여 정확히 암세포에만 전달해 기존 항암제보다 치료 효과가 높고 정상 세포의 손상을 막는다.
박 대표는 “시러큐스 공장에 많은 글로벌 고객사들이 방문하고 있다”며 “한 달 안에 1~2건의 ADC 위탁 생산 추가 수주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ADC 개발 수요가 늘고 있어 연내 5~6건의 ADC 위탁 생산을 수주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에 ADC 생산시설을 증설한 데 이어 인천 송도에 대규모 상업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7년 송도 제1공장 가동이 목표다. 시러큐스 공장의 ADC 생산시설은 cGMP(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받았다.
박 대표는 “항체의약품과 ADC 생산 기술, 시러큐스 공장과 인천 송도 공장 등 생산 인프라를 경쟁력으로 앞세우는 ‘듀얼 엔진(Dual Engine)·듀얼 사이트(Dual Site)’ 전략으로 계약 수주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 CDMO로 도약하고자 여러 기업과 협업하는 ‘상생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지난달 미국 아시모브(ASIMOV)와 CDMO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이 회사가 오티모 파마를 소개해 이번 위탁생산 수주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ADC 분야에서도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여러 기업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며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며 ADC 분야 CDMO 경쟁력을 키워 수주 성과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