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사장은 17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생산시설을 확충해 연 20~25% 성장세를 이루겠다"고 말했다./삼성바이오로직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대표이사·사장은 17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 분할을 하는 이유는 하나”라며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인적 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기업으로 남고,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하던 신약·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개발은 삼성에피스홀딩스로 분리했다. 신설 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이다.

◇“고객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조 필요”

이날 존림 대표는 “인적 분할을 직접 제안했다”면서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고, 순수 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고객사들이 삼성바이로직스에 바이오시밀러 생산을 맡기는데, 자신들의 경쟁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회사여서 기술 유출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말이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글로벌 상위 제약사(빅파마) 20곳 가운데 17곳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고객사다. 존림 대표는 “나머지 글로벌 제약사 3곳이 이해 상충 문제를 이유로 계약을 안 했다”면서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바이오시밀러 사업 자회사 산도스를 스핀오프(분리)한 사례처럼 글로벌 제약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조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고객사들도 이번 인적 분할 발표에 매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며 “그간의 노력에도 일부 글로벌 제약사들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하지 못했는데 인적 분할을 하면 이는 깨끗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창립 예정일은 10월 1일이다. 회사는 오는 10월 29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변경 상장과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재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 결정을 두고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원이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매출 4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5공장 본격 가동, 생산능력·점유율 1위 도약”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CDMO 시장은 진출 기업이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역량을 빠르게 키워 경쟁자와의 간격을 크게 벌리는 초격차를 노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인천 송도에 18만L 규모의 5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세계 최대 생산 능력(78만4000L)을 확보했다. 2032년까지 공장 3개를 추가해 생산 능력뿐 아니라 시장 점유율도 현재 4위에서 1위로 올라간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일 인천 송도 국제도시의 미활용 산업시설용지 공급 입찰에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해당 부지는 면적 18만 7827㎡로 공급가격은 2492억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캠퍼스(1~4공장), 2캠퍼스(5~8공장)와 맞닿은 위치여서, 입찰에서 선정될 경우 3캠퍼스 조성에 활용될 전망이다.

존림 대표는 “3캠퍼스는 바이오 허브 조성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약 9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완성해 나갈 계획”이라며 “과거 생산시설을 증설할 때 일각에서는 과잉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2~3년을 지나고 나서 보면 과잉이 결코 아니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수주 확대를 위해 미국 뉴저지, 보스턴에 이어 올해 초 일본 도쿄에 영업 사무실도 마련했다. 존림 대표는 CDMO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적응증 확대 등으로 기존 제품의 수요가 늘어났다”며 “ADC(항체약물접합체),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신약,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암신약 등 신규 제품의 수요까지 더해져 앞으로 더 큰 생산 능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세에도 대비, 매출 성장 전망 유지”

회사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장엔 새로운 불안 요소가 생겼다. 미국 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 예고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래도 존림 대표는 안정적 성장 기조를 자신했다. 그는 “지난 1월에 올해 매출 가이던스(전망치)를 전년 대비 20~25% 성장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유지한다”고 했다.

존림 대표는 “현재 CDMO 사업은 일반적으로 고객사가 관세를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며 ”일부 국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새로운 무역 장벽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