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16~19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박람회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2025′로 총출동한다. 미국 바이오협회가 주관하는 바이오USA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로, 매년 6월 미국 바이오 클러스터(기업 집결지)를 순회하며 열린다. 매년 세계 90여 국에서 9000여 기업과 2만이 넘는 참가자가 모인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세상은 기다릴 수 없다(The World Can’t Wait)’이다. 세계 바이오 산업 변화가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올해는 국내 80여 기업이 바이오USA에 참여해 해외 고객과 투자를 유치하고 기술 수출을 모색한다. 역대 최대 규모이다. K-바이오가 세계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068270), SK바이오팜(326030), 롯데바이오로직스, 동아쏘시오그룹,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 유바이오로직스(206650), 인벤티지랩(389470) 등 15개사는 단독 부스를 운영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고 한국바이오협회와 코트라(KOTRA) 등이 공동 운영하는 한국관은 역대 최대 규모인 560㎡(169평)로 조성돼 51개 기업이 참여한다. 그 외 부스 없이 발표 세션에 참가하는 업체들도 있다.
◇중국 빈자리 노려 CDMO 업체 총출동
그동안 바이오USA에선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들이 두각을 보였다. 이번 행사에서도 CDMO 기업들이 고객 확보와 위탁생산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중국 최대 CDMO 업체인 우시바이로직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중 갈등 여파로 불참한다. 경쟁사들은 우시의 위기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노리고 있다.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스위스 론자, 미국의 서모피셔, 캐털란트, 일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등이 대표적 CDMO 업체들이다.
바이오 의약품 CDMO는 고객이 위탁한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고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거쳐 생산까지 도맡는 사업이다. 의약품 시장의 축이 화학 합성 의약품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이동하면서 그 수요가 커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도 작년 독일 기업 IDT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며 CDMO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는 이번 바이오 USA를 통해 CDMO 기술력과 전문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엔셀(456070)은 세포·유전자치료제와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CDMO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CDMO 사업을 확대 중인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의 자회사 코오롱바이오텍도 현장에서 해외 고객과 면담할 예정이다.
한국바이오협회와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CDMO 시장은 2023년 196억8000만달러(약 27조원)에서 연평균 14.3%씩 성장해 2029년 438억5000만달러(6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차세대 바이오 신약 기술 경쟁도 치열
신약 기술 수출을 노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참가한다. 셀트리온은 그동안 바이오USA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사업에 역점을 뒀다면 올해는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항체신약 등 신약 개발 경쟁력을 알리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정확히 암세포에만 전달하는 치료 기술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 차세대 ADC 신약 후보물질인 CT-P70의 미국 FDA(식품의약국) 1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연내 CT-P71과 CT-P72를 비롯한 후속 다중항체·ADC 신약도 IND 승인 절차를 밟고, 2028년까지 ADC·다중항체 분야에서 신약 후보물질 13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사들이 개발한 세포·유전자치료제도 대거 소개된다. 환자의 유전자 또는 세포를 수정하거나 변형해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원리의 3세대 바이오 의약품이다. 기존 약품과 작용 원리가 완전히 달라 치료가 어려웠던 난치·희소 질환을 치료할 열쇠로 꼽힌다.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은 신경병증성 통증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 중인 KLS-2031과 항암 유전자치료제로 개발 중인 KLS-3021 등 주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군)을 알리고,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 수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950160)은 이번 행사에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의 미국 개발 상황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TG-C는 한국과 미국 임상시험에서 일관된 효능이 입증됐다고 회사는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독자 개발한 약물 전달 기술로 추가 파트너십 기회를 찾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혈뇌장벽(血腦障壁·Blood Brain Barrier·BBB)을 지나 뇌로 약물을 전달하는 ‘그랩바디-B’ 기술을 최대 4조원 규모로 이전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전문 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는 차세대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 후보물질 PHI-101과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 PHI-501의 연구 성과를 글로벌 기업과 공유할 계획이다.
삼진제약(005500), 휴온스랩,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 큐로셀(372320) 등도 기업 발표 세션을 통해 각 사의 주요 파이프라인을 소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000100), 한미약품(128940), LG화학(051910), GC녹십자(006280), 종근당(185750) 등은 별도 부스 없이 실무진을 파견해 글로벌 기업들과 만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 참가자는 1300여명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올해는 참가 기업 수와 1대1 파트너링 미팅 건수가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 간 면담이 보안이 필요한 계약 논의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커 한국관 운영 방식도 바뀌었다.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관은 참가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개방형으로 운영했던 파트너링 상담장을 일부 폐쇄형으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