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8월 13일(현지 시각)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암 문샷'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암 문샷'은 2047년까지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프로젝트다. /연합뉴스

18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미 뼈까지 암이 전이된 말기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전문가들은 전립선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혈액검사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고 본다. 치료 방법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서준교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19일 “초기 전립선암은 5년 생존율이 96.4%로 나타날 정도로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높지만, 전이가 동반된 4기 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절반 이하로 급감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전립선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 수는 연간 3만5000명을 웃돈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 골반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남성의 생식기관으로, 정액의 일부를 생성하고 정자의 운동성과 활동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전립선암은 남성에게 폐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전립선암 신규 환자 수는 2만754명으로 5년 전보다 58.11% 늘었다.

전립선암은 일찍 발견하면 사망률이 낮지만 초기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놓치기 쉽다. 소변을 보기 힘들거나 소변 횟수가 잦아지는 식의 배뇨 장애, 통증과 혈뇨, 체중 감소 등이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3기 이상인 경우가 많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전립선암도 3기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 측은 최근 관련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은 결과, 뼈로 전이된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건강검진을 놓치지 않으면 전립선암을 조기에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혈액검사를 통해 위험 신호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준석 고려대안암병원 정밀의학연구센터장은 “전립선암의 대표 바이오마커(생체지표)는 PSA(전립선 특이 항원)”이라며 “대부분 단백질 바이오마커가 그렇듯 한계는 있다”고 설명했다.

PSA는 전립선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정액의 액화에 관여한다. PSA 수치가 높으면 전립선암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전립선 비대증이나 전립선염과 같은 다른 질환에서도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허 교수는 “PSA 수치 이상이 발견되면 보통 추가 검사를 진행하게 되므로 정기 검진을 받는 사람이 암을 놓칠 가능성은 낮지만, 여전히 조기 진단에는 제한이 따른다”며 “바이든 대통령처럼 말기에 전립선암이 발견되는 사례도 그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립선암 치료법은 크게 수술과 약물 치료로 나눌 수 있다. 하유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암이 전이되지 않고 전립선에 국한돼 있는 경우 완치를 목표로 수술을 하지만, 전립선에서 벗어나서 암 조직이 타 장기로 전이되면 약물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전립선암 수술은 전립선을 완전히 제거하고, 잘려진 요도와 방광을 연결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좁은 공간에서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한 로봇 수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고(高)에너지의 방사선을 전립선 조직에 전달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선 치료도 한다. 진행성 전립선암의 경우 전립선암의 진행에 영향을 끼치는 호르몬을 차단하는 호르몬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용하고 있다.

수술 후 전립선암이 재발하거나 진단 당시부터 전이가 확인되면 약물 치료를 한다. 약물 치료는 종양 크기를 줄이고 성장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제약사 얀센의 얼리다, 자이티가, 아스텔라스 엑스탄디 등이 대표적인 전립선암 치료제다.

1차적으로 쓰는 치료제는 주로 남성호르몬을 차단해 암 조직의 성장과 진행을 억제하는 원리다. 남성 호르몬이 암 조직을 자극해 종양을 성장시키고 진행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고령 전립선암 환자는 남성 호르몬 차단 치료에 내성이 생겨 항암치료를 진행할 때도 젊은 환자들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높은 편이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2022년 출시한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Pluvicto)의 전립선암 치료 원리./노바티스

최신 전립선암 신약도 나왔다. 스위스 노바티스의 방사성 의약품(RPT)인 플루빅토는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에선 지난해 5월 정식 허가됐다.

플루빅토는 기존 약물과 치료 원리가 다르다. 암세포에만 방사선을 내뿜어 죽인다. 플루빅토는 암세포에 결합하는 물질에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루테튬(Lu-177)을 결합한 치료제다. 플루빅토는 출시 후 단숨에 블록버스터가 됐다. 2023년 연 매출 10억달러(약 1조3988억원)를 돌파했고, 작년 매출은 13억9200만달러(1조9471억원)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전립선암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유한양행(000100)은 지난해 7월 국내 바이오 기업 유빅스테라퓨틱스로부터 전립선암 치료 후보물질 UBX-103(현재 YH45057)을 도입해 개발 중이다. JW중외제약(001060)의 자회사 C&C신약연구소는 전립선암을 비롯한 여러 고형암에서 많이 나타나는 단백질인 XBP1s를 직접 억제하는 방식의 신약후보물질을 찾고 있다.

SK바이오팜(326030)은 전립선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확보했다. SK그룹이 투자한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와 지난해 공급 계약을 맺어 RPT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225(Ac-225)를 공급받을 수 있다. Ac-225는 전립선암, 대장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종의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성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