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랑 매도자가 희망하는 가격이 3억원은 넘게 차이나는 것 같아요.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가끔 나오는데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21일 송파구 대장단지로 꼽히는 이른바 엘·리·트(잠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와 대치동 대장단지로 꼽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6·27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 급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방재혁 기자

정부가 수도권 주택 담보 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가계부채 대책을 시행한 이후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도 집값 상승폭이 줄고, 호가가 줄어드는 등 관망세에 들어갔다.

6·27 대책에는 수도권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실거주 의무화까지 병행되면서 사실상 갭투자가 불가능해졌다.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13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7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책 발표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는 이어졌지만 상승폭은 축소됐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9% 상승했다. 전주(0.29%) 대비 상승폭이 축소되면서 3주 연속 상승폭이 감소세를 보였다.

강남3구가 포함된 동남권은 0.37%에서 0.26%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강남구(0.34%→0.15%), 서초구(0.48%→0.32%), 송파구(0.38%→0.36%) 등 강남3구 모두 상승폭이 줄었다. 강남3구와 인접해 상승세 영향을 받았던 강동구도 0.29%→0.22%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상승세 둔화에 거래도 급감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1만1349건이었지만 이달(전날 신고 기준)은 1414건에 그쳤다.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 엘스, 리센츠. /방재혁 기자

실거래가, 호가도 모두 감소 추세다. 강남구 역삼동 ‘래미안그레이튼 2차’ 전용 84㎡는 지난달 20일 33억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4일에는 30억원으로 3억원가량 감소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 7일 22억원에 거래되면서 지난달 5일 27억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해 5억원 하락했다. 반포동 대장단지로 꼽히는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도 호가 65억원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신고가를 기록했던 72억원보다 7억원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송파구 잠실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급매물의 경우 1억~2억원가량 저렴하게 나오기도 하는데 매수인들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쉽게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며 “아마 후속 대책 등을 기다리는 동안은 관망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잠실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에는 대출을 통해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문의가 있었는데 대출규제에 막혀 문의가 끊겼다”며 “대출 없이 10억원 이상 현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이들이 드물어 거래가 어렵다”고 했다.

고가 단지들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도 많다는 반응이다. 강남구 대치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하나 나와있는 급매물이 시세보다 3억원 정도 낮은 가격에 나왔다”며 “이 지역은 규제 발표로 가격이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되니까 오히려 집주인들이 급하지 않으니 나중에 팔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였다. 당분간 눈치 싸움이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여기 집주인들은 돈이 급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추세”라고 했다.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방재혁 기자

전문가들도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새로 출범한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 등을 예고하면서 관망세가 3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상승폭 둔화가 계속된다면 강남에서도 호가를 중심으로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급상승한 만큼의 급락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조정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대출규제가 시행되는 동안은 관망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규제는 단기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향이 있어 가계부채 관리가 일정 수준 이뤄지면 거래 활성화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나올 것”이라며 “강남지역은 소유자들의 대출비중이 크지 않아 저가의 급매물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적어 강남 부동산 시장 전체가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