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공사비 분담을 두고 건축주(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이 전국적으로 격화하고 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공사대금 증액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기존 공사대금 유지를 주장하는 발주처 간 분쟁이 급증하면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물가변동에 의한 공사대금의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는 조건인데, 이를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발주처가 시공사에 공사비를 인상해줘야 하는지가 결정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이 특약의 효력을 인정하는 추세다. 다만 일부 판결에서는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2017년 12월 선고한 판결을 통해 특약의 효력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23년 7월 선고), 대구고등법원(2022년 11월 선고) 등 하급심 판결들도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인정했다.
반면, 최근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부인한 판례도 나왔다.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2023년 11월 29일 선고한 판결에서 “시공사의 귀책 없이 발주사의 요청으로 착공이 8개월간 연기됐는데 그 기간 동안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에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인정하면 시공사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하다”며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로 봤다. 서가희 법무법인 제현 변호사는 “다수의 판례를 보면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은 일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 유효하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효력을 발휘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에도 부산의 한 교회가 체결한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한상사중재원 역시 한국중부발전과 시공사 간 공사비 중재 사건에서 해당 특약을 무효로 봤다.
다만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로 보는 판결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종태 법무법인 텍스트 변호사는 “최근 판례들에 따라 특수한 사실 관계를 갖췄을 때만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건설사와 건축주 사이의 분쟁은 물가 상승 규모, 도급 계약 내용, 수급인에게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인정될 만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등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것”이라고 했다.
문용선 법무법인 서평 변호사는 “최근 판례 동향에 따르면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유효한지 여부는 공사 기간의 길이, 물가변동 금액이 전체 공사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당사자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유효성 여부가 달리 판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