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압구정 3구역 대지 지분 일부가 조합원이 아닌, 서울시와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소유로 등기돼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압구정 3구역은 서울시가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은 곳으로 전체 면적이 36만187.8㎡, 현재 3946가구가 있다. 현대 1~7차, 10, 13, 14차가 위치한 곳으로 6개 압구정 아파트 구역 중 가운데 위치했다.

문제가 되는 현대 3,4차의 필지는 9곳으로 총면적 4만706.6㎡며 이중 4655.2㎡(11.4%)가 서울시 보유 면적이다. 또 약 2만9367.9㎡(72.1%)는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와 건설사가 보유한 땅의 지분율과 시가를 고려하면 약 2조6000억원이다. 더 의아한 것은 서울시와 두 건설회사 소유로 돼 있는 부지 지분 83.5%와 조합 지분을 합하면 전체 지분율이 100%를 넘는다.

또 이 부지의 지분구조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조합과 서울시,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간 소송전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재건축 일정이 크게 지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이 분양 받아 수십년을 살아온 아파트의 대지 지분 일부를 서울시, 건설회사들이 나눠갖고 있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1975년 이 아파트의 분양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현대건설이 압구정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면서 지분정리를 하지 않았고,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지분을 서울시에 기부채납(증여)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조합원들 일부는 주장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모습.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 3차와 4차 조합원들과 압구정3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각각 서울시,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에 소송 등 법적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1970년대 당시 현대건설과 한국도시개발(현대산업개발의 전신)이 토지 지분정리를 제대로 안 했고, 본인들이 조합원들에게 넘기지 않고 회사 이름으로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상태”라며 “일부는 서울시에 기부채납으로 넘겼는데 이 기부채납으로 넘긴 땅을 합치면 전체 지분율이 100%를 넘는다”고 말했다. 보통 집합건물인 아파트의 토지 등기를 살펴보면 소유권에 관한 사항을 알려주는 ‘갑구’에는 이 필지에 속한 아파트 소유자들이 공유자로 올라와 있다. 그런데 여기에 현대건설 등 제삼자가 올라와 있는 것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대지와 건물에 대해 각 공유자가 일정 비율의 공유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그리고 이 지분을 모두 합쳐 전체 건물과 토지의 비율이 100%가 돼야 한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할 때도 종전자산 가치를 평가하는데 각 조합원의 대지, 건물 지분이 확정돼야 사업을 할 수 있다. 공유지분율이 100%가 넘으면 관리처분 인가 등 재건축이 진행되기 어렵다. 또 공유자들 간의 재산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이전 고시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분 관계 문제가 발생한 필지는 압구정 462, 462-1, 462-2, 466, 478, 464, 464-1, 465, 467-2번지 등 9개 필지다. 전체 면적은 4만706.6㎡(약 1만2335.3평)이다. 현대건설이 약 7941평(시가 2조원), 한국도시개발이 약 942.8평(2400억원), 서울시가 1408.2평(약 35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압구정 3구역에 속한 압구정동 465번지 토지 등기사항증명서. 왼쪽 상단에 '부전지 : 공유 지분의 합이 1초과'라는 문구가 있다. 갑구 순위번호 1 오른쪽에는 현대건설이 공유자로 돼 있다. / 대법원 등기 자료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서울시 주택실 공동주택과는 소송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라고 했다. 공동주택과는 이와 관련 문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대지권을 1을 초과한 사유와 연혁에 대한 확인 및 검토에 한계가 있고 사유를 찾는다 하더라도 현재 대지권이 1을 초과한 상황에서는 경정등기 또는 소송 등에 의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서울시 재산으로 등록된 땅은 국유재산법에 따라 20년 이상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아 법적 다툼의 소지가 크다. 민법에서는 타인의 물건을 20년 동안 점유하면 소유권을 인정하는 시효취득이 되지만 국유재산은 예외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명확하게 오기로 인한 과등기로 지분율이 100%를 넘으면 경정등기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소유권이 불명확할 경우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했다.

현대건설측은 “본사에서 이런 상황을 알지 못했고 현장을 중심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투자 부동산 규모는 3695억4800만원으로 공시돼 있다. 장부상 압구정 3구역 내 토지에 대한 자산은 누락된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을 누락시킨 것이라면 향후 소송이 제기됐을 때 이 토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근거도 희박해 진다.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시가가 상당한 자산을 장부에 누락시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의 내부 역량에 크게 문제가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기업의 자산가치와 회계 및 공시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