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발표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퍼지면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중 외곽지에 속해 집값이 저렴해 매수 문의가 많았던 송파구 거여·마천·위례 등 일대에서 매수 문의가 끊겼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매도를 통해 상급지로 이동하려던 거여·마천·위례 주민들이 이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거래가 어려워졌다는 반응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위례신도시의 모습. /뉴스1

4일 위례신도시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규제 발표 이후 인근 단지 호가가 1억원 이상 오르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집주인들도 이득을 보려고 호가를 올렸다기보다는 기존 집을 팔고 상급지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대출규제로 어려워지면서 어쩔 수 없이 올린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매수문의는 크게 줄지 않았는데 호가가 오르면서 거래가 한동안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파구 거여·마천·위례 일대는 지리상으로는 강남3구에 속하지만 집값이 비교적 저렴하고, 외곽 주거지로 실수요 문의가 많았다. 특히 10억원 내외 가격의 매물이 나오는 마천동 등은 투자 수요도 있었다. 해당 지역들은 최근 강남3구 집값이 급등하면서 인근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하는 ‘풍선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과거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등 규제 정책 시행에도 일부 풍선효과가 나타났었는데 이번 규제에는 실수요 매수세도 줄어 집값 하락이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다주택자 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제한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만기 30년 이내 축소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여신한도 6억원 제한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담대 실행 시 6개월 이내 전입 의무 부과 등을 발표했다. 강남3구 등 서울 중심지 집값 과열 양상이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실수요자 수요도 급감하면서 외곽지까지 영향을 미쳤다.

거여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강남3구 중심지 대비 가격이 저렴해 정책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매수 문의가 활발했다. 일부 집주인들은 집값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기도 했다”며 “그러나 대출규제 발표 이후 매수를 고민하던 수요자들이 대부분 발을 빼고 문의 전화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마천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상급지로 이동하려고 집을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대출규제로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했다.

위례신도시 역시 최근 위례신사선 착공 지연 등으로 역세권 효과를 전혀 받지 못해 하락세를 보이던 중 문의마저 끊기면서 주민들이 거의 포기하는 분위기라는 반응이다. 송파구 장지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위례신사선 사업이 표류하면서 일부 주민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고, 기대감도 흐릿해졌다”며 “대출규제까지 맞물려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거래절벽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상급지에서 거여·마천·위례로 이동하는 수요가 있어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반응도 나온다. 마천동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거여마천 뉴타운 등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강남3구 중심지 등 상급지에서 집을 팔고 재건축 단지로 오는 수요가 있어 현금 여유가 있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호가가 많이 올라 이 일대를 강남3구 진입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들어오려고 했던 분들한테는 악영향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강해 외곽 풍선효과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거여마천 뉴타운, 위례신사선 등 개발 호재가 있지만 한동안은 규제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수요 억제 정책으로 거래 동결을 통한 가격 안정을 위해 시행한 정책이라 한동안 거래 절벽이 나타날 것”이라며 “올해 연말까지는 개발호재들보다 규제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