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민간 임대주택 시장을 20년 전 일본 임대주택 시장에 비유하며 ‘블루오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임채욱 지에이치파트너즈(GH Partners) 대표는 26일 오후 12시 서울 강남구 디앤오 강남빌딩 2층에서 열린 서울부동산포럼 제72차 오찬 오픈세미나에서 이 같이 말했다. 임 대표는 ‘임대주택 시장 이해: 한국 부동산의 새로운 기회’라는 주제로 최근 임대주택 시장 동향과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임 대표는 “국내에서 주택임대관리업으로 등록하고 주택임대관리업자가 운영하는 기업형 등록임대주택은 전체 등록임대주택(139만2000가구) 가운데 6% 수준인 8만4000가구에 그친다”면서도 “국내 기업 투자자들도 민간 임대주택 시장에 관심은 있지만, 월세 받아서 돈 벌었다는 이미지 때문에 향후 감사를 받는 등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수 있어 투자를 하면 안된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나 기관투자자가 직접 관리하는 양질의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해외 자본의 한국 임대주택 시장 진출 의향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은 미츠비시 등 부동산 전문성이 뛰어난 대기업들이 이미 임대주택 시장을 점령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전체 자산의 70~80%를 일본 임대주택 펀드를 조성해 투자한 해외 기업들은 경쟁 과열로 당초 목표로 설정한 내부수익률(IRR)보다 낮은 성과를 거두자 나머지 20~30%를 호주나 한국에 투자해 이를 만회하려고 한다”고 했다.
임 대표는 “일본 임대주택 투자 펀드를 조성할 때 IRR 목표를 10%로 설정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 15~20% 수준으로 삼고 있다”며 “민간 임대주택 관련 제도가 아직 미비하고 아시아권에서 일본, 싱가포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이 수월한 한국 임대주택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구조적 변화로 임대주택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총 인구는 2020년 518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5177만명)부터 지난해(5175만명)까지 감소하는 추세다. 2050년에는 4711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총 가구수는 2040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2021년 2128만가구에서 지난해 2208만가구로 늘어났는데 2040년에는 2387만가구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고령인구도 급증해 2050년에는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인구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15만명으로 15.7%를 차지했지만 2050년에는 1815만명으로 비중이 40.1%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대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생산연령인구인 15~64세는 2020년 3738만명(72.1%)에서 2050년 2445만명(51.9%)로 20.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임 대표는 1인 가구와 무자녀 부부 가구 수요 급증을 반영해 최적화된 주거 형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심화 속에서도 1인 가구와 무자녀 부부 가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출산율도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가구는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혼층의 독립생활 선호, 한국 정착 외국인 증가, 이혼·졸혼 등으로 인한 중장년 1인 가구 확산이 임대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며 “특히 은퇴한 중산층을 중심으로 편리하고 안전한 시니어 주택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국내 임대방식도 전세 중심에서 월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전세를 선호하는 임차인이 많지만,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월세를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전체 가구 연령대별 점유형태를 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전·월세 거주 비율은 낮아졌지만, 전세 대비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1인 가구 연령대별 점유형태에서는 자가, 전세, 월세 가운데 월세 거주가 29세 이하(64.1%), 30대(45.6%), 40대(45.4%), 50대(43.1%)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인 가구 월세 시장에 다양한 연령대의 수요자에 맞춤형 임대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형임대주택(BTR)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게 임대표의 설명이다.
임채욱 대표는 “해외 투자자와 국내 임대주택 전문기업 간의 협력이 활발해지고, 민간임대주택이 기존 상업용 부동산의 새로운 투자 영역으로 자리할 가능성도 크다”며 “한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임대주택사업의 성공 요소는 입지, 품질(마감), 합리적인 임대료, 안전성”이라며 “강남 등 입지가 좋더라도 토지 가격이 너무 비싼 곳에서 화려한 생활편의시설을 넣어 임대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것보다 노원, 마포 등 교통 접근성이 우수하고 토지 가격이 그리 높지 않은 곳에 합리적인 임대료를 설정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지에이치파트너즈는 기업형 임대주택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국내 아파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단독주택 등 전국 41개 자산, 총 1만9000가구 규모 임대주택을 운영·관리하고 있다.
사단법인 서울부동산포럼은 부동산 개발·금융, 마케팅, 자산관리 등 부동산업계 관계자들과 부동산 관련학과 교수, 법률·회계·감정평가 전문가들이 구성한 순수 비영리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