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매로 넘어간 지식산업센터가 300곳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이 법원의 월별 지식산업센터 경매 건수를 2001년 1월부터 집계했는데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경기 시흥, 평택, 화성, 하남 등 신도시에서 경매로 나오는 지식산업센터가 늘고 있다.
일부 지식산업센터는 감정평가금액의 20%도 못 받고 헐값에 낙찰됐다. 부동산 대출 규제를 받지 않아 투자자들이 몰렸지만, 경기 하락과 이에 따른 공실 증가 등으로 과잉 공급이 이어지면서 경매로 넘어가는 지식산업센터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로 나오는 지식산업센터는 쌓여가지만, 지난달에도 1500곳 넘는 지식산업센터가 신규 승인, 등록됐다.
24일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5월 경매로 나온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물은 31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지옥션이 월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1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아파트형 공장’으로 알려진 지식산업센터는 일반 공장과 달리 수도권 지역 공장 신·증설을 차단하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 분양 또는 매입 가격의 약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부동산 가격 상승기였던 2020년~2022년에 집중 분양됐다.
전국 지식산업센터 경매물은 지난해 1분기까지 매달 100건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114건이 매물로 나왔고 지난해 11월에는 200건(223건)도 넘었다.
특히 올해 들어 경기 지역의 지식산업센터 경매가 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지난 20일까지 경기 시흥시와 평택시에서 나온 지식산업센터 경매 매물은 각각 94건이다. 이는 지난해 연간 경매 매물(시흥 84건, 평택 62건)을 반년도 안 돼 넘어선 것이다. 김포시(88건), 화성시(80건), 하남시(70건)에서도 70~80건가량 경매가 나왔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대출 규제가 느슨해 틈새시장으로 인식돼 투자를 많이 했던 지식산업센터가 경기 침체로 인해 공실이 늘고 대출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경매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로 나온 지식산업센터는 감정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 지난달 전국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낙찰 가격) 평균은 64.7%였다. 감정평가액 1억원짜리가 6400만원에 낙찰된 셈이다. 일부 지역에선 이보다 더 낮은 매각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오산시는 올해 평균 매각가율이 18%였고, 양주시(29%), 평택시(37.4%), 화성시(46.2%)도 감정가의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팔렸다.
경기 평택시 고덕동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감정가가 12억2000만원이지만 올해 2월부터 지난 4월까지 3차례 유찰됐고 다음 달 초 감정가의 70%를 최저 입찰가로 다시 경매가 진행된다. 경기 김포시 구래동의 센터도 감정가(8억800만원)의 12%인 9506만원을 최저가로 다음 달 경매가 진행된다. 이 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6차례 유찰됐다.
지식산업센터의 경매가 늘고 있지만, 신규 공급도 여전히 증가하고 있어 공급과잉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의 승인, 등록 건수는 올해 5월 말 1547곳이다. 관련 통계 작성이 이뤄진 2020년 4월 1167곳보다 380곳(32.5%) 늘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지식산업센터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과잉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과잉 현상이 해소되기에는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