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와 지식산업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후방산업인 레미콘 시장 수요가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때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공공부문 투자, 정책이 제 때 이뤄지지 못한 데다 민간 분양이 미뤄진 것도 올해 레미콘 수요 급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3일 삼표마켓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연간 레미콘 전국 출하량(추정치)은 9300만㎥(루베)로 전년 1억1400만㎥(추정치)보다 18%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997년 IMF 금융위기 이후 레미콘 출하량이 급감했을 때 보다 더 적은 물량이다.
레미콘통계연보에 따르면 연간 시멘트 출하량은 1997년 1억3300만㎥에서 IMF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1998년과 1999년 각각 9600만㎥로 떨어졌다. 이후 정부의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투자 확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등에 힘입어 다시 1억㎡대로 올라서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 이후 경기 침체, 건축비 상승, 고금리 기조 장기화 등으로 건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레미콘 수요는 다시 줄어들고 있다.
2021년 1억4600만㎥를 기록했던 전국 연간 레미콘 출하량은 ▲2022년 1억4100만㎥ ▲2023년 1억3600만㎥ ▲2024년 1억1400만㎥(추정치)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삼표그룹은 자체 수요 예측 모델을 통해 올해 연간 전국 레미콘 출하량을 9600만㎥로 예상했지만, 올해 5월에는 연간 예상치를 9300만㎥로 더 낮췄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사가 지연·중단되자 레미콘 출하량도 감소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계엄, 탄핵 등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SOC 투자 지연, PF 정책 지원 연기도 출하량 감소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레미콘사 관계자 A씨는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공, 민간부문 건설사업이 계속 미뤄지면서 출하량 급감이 예상된다”며 “특히 주거용 부동산은 수도권의 경우 어느정도 공사가 이뤄졌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PF가 잘 이뤄지지 않아 공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레미콘업계에선 올해 레미콘 가격 인하, 운반비 인상에 출하량 감소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과거 IMF 때도 연간 출하량이 1억㎥ 아래로 곤두박질 쳤지만, 곧 정부에서 SOC 투자를 확대하면서 다시 1억㎥대 이상으로 안정을 찾았다”며 “3기 신도시 조성사업 등 대형 관급 공사들도 차일피일 미뤄지는 등 앞으로 출하량이 늘어날 만한 요소가 없어 레미콘 시장은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레미콘사 관계자 B씨도 “레미콘 가격은 지난해 말 1㎥당 9만4700만원에서 올해 3월 9만1400원으로 내려간 반면, 레미콘 운반비는 지난해 상승분 3100원, 올해 상승분 3300원을 더해 2년간 총 6400원이 올랐다”며 “오는 7월부터 레미콘 6㎥가 들어가는 한 차당 운반비가 7만5000원으로 오른다”고 했다.
이어 “레미콘 출하량 감소로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데다 운반비 등 레미콘 조달 원가는 오르는데 레미콘 가격은 떨어져 수익성 악화까지 겹쳐 암담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