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사비 상승,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기조가 강해지면서 서울 정비 사업지도 곳곳에서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유찰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 정비 사업지는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뉴스1

23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 동래구 사직3구역이 지난 13일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했지만 GS건설만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지난달 15일 개최한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한화 건설부문, KCC건설, 효성중공업, 동원개발 등 5개 건설사가 참석했으나 최종 입찰에는 GS건설만 참여하면서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았다. 조합은 이달 23일 2차 현장설명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재공고에 나설 예정이다. 2차 시공사 선정 마감일은 다음달 22일이다.

앞서 동래구 ‘명장2구역 재개발 사업’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올해 2월 등 세 차례 입찰을 진행했지만 세 차례 모두 참여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이에 조합은 대의원회 등 집행부 회의를 거쳐 정비사업 수의계약 전환을 결정했다.

사하구 괴정8구역 재개발, 부산진구 가야4구역 재개발, 연제구 연산10구역 재개발 등 사업지도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유찰이 발생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찾았다.

부산뿐 아니라 대전, 대구, 광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전 중구 호동구역 재개발 조합에 따르면 지난 4월 2차 시공사 선정 입찰에 아무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1차 현장설명회에서 HJ중공업, 제일건설 등이 참여했지만 3월 입찰에 응찰하지 않았다. 조합은 이어 같은달 2차 현장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건설사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지방 노후주택이 많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수요는 없어 기존 입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지방은 수도권 대비 축소도시로 가는 상황이긴 하지만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사업성이 거의 없어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떨어지고 사업자 입장에서도 비용만 투입되고 투자 수익률이 안나오다 보니 고민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주거 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서울에서도 경쟁을 피해 선별수주하는 상황에서 지방 사업지에서는 더욱 경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은 미분양리스크도 있어 지역 연고 중견·중소건설사들이 아니라면 홍보 등에 투자하기 더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역 연고 중견·중소건설사들은 최근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이라 정비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지역연고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 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 서울 중에서도 강남권 아니면 선뜻 수주에 나서지 않으니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특히 지방에 미분양이 쌓이고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지방 신규사업장 수주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지방에서 나름 상급지인 곳들도 시공사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유찰된 뒤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체결되는 사업장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것”이라며 “최근 지방 건설사들이 줄도산한 것도 사업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