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일각에서는 집값 추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어난 유동성이 종국에는 부동산으로 흘러간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5년전 코로나19 팬더믹이 발생했을 때 나왔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22일 KDI가 2020년 12월 발간한 ‘통화 공급 증가의 파급효과와 코로나19 경제 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추경 편성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통화량이 1.0% 증가할 때 주택가격은 1년에 걸쳐 0.9% 정도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면서 “통화 공급 증가의 영향이 단기적인 주택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를 유동성 그 자체보다는 금리인하, 추경 등 향후 유동성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 유동성이 늘면 돌고돌아 결국엔 부동산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광의통화(M2) 평잔은 4227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정기예금 등을 포함한 유동성의 총합을 의미한다.
통화량이 전월 대비로 줄어드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통화량은 시차를 두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 통화량 자체를 보면 현재 유동성이 많아 집값이 오르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추경이 집행되고,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M2가 가파르게 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DI는 같은 해 재난지원금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낸 바 있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당시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이후 지원금 사용가능 업종에서 나타난 전체 투입예산 대비 매출 증대 효과는 26.2~36.1%였다. 나머지 63.9~73.8%는 저축이나 부동산, 주식투자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고 KDI는 추정했다.
5년 전 추경 편성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정대희 KDI 거시·금융정책 연구부장은 “현재 집값이 급등하는 데는 정권 교체 이후에 대한 기대감 등 단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추경의 규모와 경기침체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 당시 만큼 강력한 유동성 증가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3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각 상임위원회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국회 심사 절차를 고려하면 이르면 내달 초 본회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총 13조2000억원(국비 10조3000억원·지방비 2조9000억원) 규모로 ‘전국민 소비쿠폰’이 지원된다. 1차와 2차로 두 차례 나눠 1인당 15만~50만원씩이 지급된다. 지역사랑상품권에는 6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됐다. 건설경기를 활성화하는 사업에도 2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또 4000억원은 개인채무탕감에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