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의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과 부지 처리 방안이 이르면 다음 달 나온다. 건설업계에선 롯데건설이 현금 유동성 확충을 위해 본사 사옥과 부지를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건설은 1년 만에 순이익이 10분의 1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현금창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 모습. / 뉴스1

◆ 7월 말쯤 자문 결과 나와, 시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50-2에 있는 본사 사옥과 부지 처리방안에 대해 쿠시먼웨이크필드코리아와 삼정KPMG에 자문했다. 본사는 5층 규모로 연면적 9949㎡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잠원역과 인접한다. 자문은 단순 매각, 세일즈앤리스백(Sales & Lease Back·매각 후 재임차), 자체 주거시설로 개발 등의 방안 중 가장 효과적인 처리 방법을 찾기 위해 진행된다. 이 지역은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잠원 롯데캐슬 2차, 한신 휴플러스 12차 등이 있는 주거지역으로 롯데건설의 본사 사옥을 공동주택 등 주거시설로 용도를 바꿔 개발할 수도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7월 말쯤 자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자문 결과를 받으면 신속하게 처리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체 개발 사업은 사업에 대한 인허가와 실제 건축, 분양 등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 등 위험 요인도 많다”면서 “롯데건설은 바로 사옥과 부지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매각가를 5000억원 이상으로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손민균

◆ 신용등급 강등, 순이익은 1년 새 10분의 1

시장에서는 롯데건설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18일 신용평가 3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등급 강등했다. 또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도 기존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우발채무 부담, 낮아진 그룹 지원 가능성, 현금창출 능력 하락이라는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은 37억59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398억5600만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2.1%에서 0.2%로 급락했다. 지난해 말 196.0%였던 부채비율은 1분기 205.8%로 다시 200% 위로 올라섰다.

시장에서 더 우려하는 것은 그룹 주력계열사들의 지원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4분기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됐던 자금경색 당시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5000억원), 롯데정밀화학(3000억원)에 자금을 직접 대여받아 위기를 해결했었다. 또 이후에도 롯데케미칼의 원리금 지급보증을 받으며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2024년 2월)하는 등 그룹사의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가 계속되고 있어 롯데건설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실제 지난해 7월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 없이 발행했던 롯데건설의 회사채 1500억원은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회사가 제시한 최고금리(1200억원 5.6%·300억원 5.8%)로 발행한 바 있다. 5개월 전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이 있었던 발행과는 금리가 1%포인트(p) 이상 차이가 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수개월 짜리 기업어음(CP)은 발행할 수 있겠지만, 회사채를 자체 신용도로 추가로 발행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기존 물량을 상환하기 위해 상당한 고금리를 제시하지 않으면 조달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이 건설을 지원할 여력이 안 된다”며 “시장에서 롯데그룹 계열 투자에 대한 비우호적 시각이 있고,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도 낮아진 점 등도 고려해 롯데건설의 신용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