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스1

현대엔지니어링이 고양시 지식산업센터 개발 사업의 난항으로 7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를 떠안을 가능성이 커졌다.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진 지식산업센터 개발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브릿지론 단계의 이 사업은 본PF으로 전환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이 좌초될 확률이 높아지면서 시행사에 연대보증을 선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미 내부적으로 대위변제 결정까지 내렸다.

브릿지론은 개발사업 초기 시행사가 토지비용이나 기타 인허가 관련 자금을 단기로 융통하는 대출을 뜻한다.

17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4월 말 열린 이사회에서 고양 장항 업무지구(2BL) 지식산업센터 브릿지론 대위변제 승인의 건을 가결했다. 지식산업센터는 중소·벤처기업의 사무실이나 소규모 공장이 입주할 수 있도록 3층 이상으로 지어진 집합 건축물이다.

문제가 된 사업장은 고양 장항 업무지구 지식산업센터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사로 참여한다. 시행사는 엔에이치디홀딩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엔에이치디홀딩스에 841억원 한도의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이 엔에이치디홀딩스가 브릿지론으로 차입한 금액은 765억원이다. 이 대출의 만기는 이달 27일에 돌아온다.

대출 만기가 열흘밖에 남지 않았지만 사업의 방향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시행사와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면 좋을지 논의를 아직 하고 있다”며 “용도 변경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사업 방향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직 대위변제가 실행된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고양 장항 지식산업센터 개발 사업이 본PF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시행사는 브릿지론을 연장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사업성이 낮은 PF 사업을 정리하는 게 금융권의 전반적인 기조인 만큼 브릿지론 연장 대신 대출금을 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더 크다. 시행사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신용보강을 제공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를 대신 갚아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대위변제를 선제적으로 결정한 것은 내부적으로 이 사업의 본PF 전환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지식산업센터의 미분양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어서 해당 개발사업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22년까지 거래가 활발하던 지식산업센터는 공급 과잉과 경기 불황으로 인해 수요가 급감한 상황이다. 상업용 부동산 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의 올해 1분기 거래량은 총 55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3% 하락했다. 거래 금액 역시 50.3% 줄어든 2184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양 장항 지식산업센터 개발 사업의 경우 부동산 호황기에 개발 부지 매입이 이뤄지면서 토지 매입 단가가 높다. 평(3.3㎡)당 매입 단가가 8000만원대다. 공사비 및 금융비용 인상 등을 고려하면 지식산업센터 개발 비용이 늘어나면서 사업자가 떠안을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 대출을 대위변제하더라도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이 사업과 관련한 PF 우발채무를 선제적으로 재무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예상해 지난해 실적에 미리 반영을 했다”며 “이사회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대위변제) 안건이 가결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