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CR리츠 1호가 출범한 데 이어 광양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한 CR리츠가 등록을 신청했다.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까지 1800가구의 미분양 주택이 CR리츠를 통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JB자산운용은 전날 국토부에 전남 광양 소재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기 위한 CR리츠 영업 등록을 신청했다. 이 CR리츠는 한라건설의 광양 아파트 332가구 중 미분양된 275가구를 매입할 계획이다.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운영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국토부는 지방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2014년 이후 10년 만에 CR리츠 제도를 부활시켰다.
지난달 등록을 완료한 1호 CR리츠인 제이비와이에스케이제2호CR리츠는 대구 수성구의 미분양 아파트 288가구를 할인된 가격에 매입했다. 지난달 말 매입 절차를 마친 해당 CR리츠는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CR리츠는 4년간 해당 주택에 거주할 전세 세입자를 구한 뒤 시세 대비 분양 전환을 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CR리츠가 할인된 가격에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기존 아파트 수분양자들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CR리츠가 통매입한 아파트를 단기에 매각하지 않고 전세 등을 통해 세입자를 구하면서 기존 수분양자들의 반발은 크지 않았다. 또한, 미분양 주택 문제가 해소되면 아파트 단지 관리가 용이해지고, 인구 유입에 따른 상권이 발달된다는 점도 기존 입주민의 반대가 적었던 이유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공사가) 미분양 주택을 할인해서 개별 매각해버리면 집값이 계속 떨어져 분양자들의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으나, CR리츠의 경우 매입한 아파트를 팔지 않고 임대를 하니까 주민들의 반발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최근 CR리츠 등록에 속도가 붙으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CR리츠를 통해 1800가구의 미분양 주택이 해소될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하고 있다. CR리츠는 지난 2009년에는 2100가구, 2014년에는 500가구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바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3000가구의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을 위한 대상 아파트 선정에 나선 상황이다. LH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 사업에 접수된 58개 업체 3536호 주택에 대한 서류 검토·현장 실태조사를 한 후 다음 달 중 매입심의를 통해 매입적격 주택을 선별할 예정이다.
매입심의를 통과한 주택은 매도희망가격 검증 절차를 진행한다. 매도희망가격은 감정평가액의 83%에 미분양 기간 등에 따라 –4~2% 범위 내 조정률을 반영해 산정한다.
지난 달 열린 LH 이사회에서는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사업에 대해 “철저한 수요조사와 하자점검 등 양질의 주택 공급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확한 수요 예측과 공급을 통해 향후 공실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매입심의위원회 등의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전국의 악성 미분양 주택은 지난 3월 2만511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8월(2만6453가구) 이후 11년 7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악성 미분양 주택 문제는 지방을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다.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은 2만543가구로, 전월 대비 7.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