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내부에서 이한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직원 투표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한준 LH 사장이 26일 오전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지정, 성공적 추진을 위한 실시협약 체결'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23일 조선비즈 취재 결과 LH 노동조합(노조)은 최근 이 사장의 경영에 대한 전 조합원 의견을 모으기 위해 ‘노동조합 총력 투쟁을 위한 전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이달 22일 기준 조합원 투표율은 총 99%를 기록했으며 오는 24일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한준 사장이 본인의 흠에는 관대하고 LH 조합원에게는 엄격한 이중잣대를 들이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투표와 함께 올린 글을 통해 “2022년 11월 이한준 사장의 취임 이후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철저히 무너진 결과 이 사장의 독단, 공포 경영이 지속되고 있다”며 “무량판 사태, 법정 감독인력 미달이라는 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조합원 개인의 잘못이라 탓하며 조합원을 고발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겸직위반 의혹’과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취임 초기 부채비율 감축과 매입임대 축소를 외치던 이 사장은 부채감축을 핑계로 직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대외적으로 조직을 매도하고, 5만가구에 달하는 매입물량을 대책없이 수임했다”며 “매입 기준을 대폭 완화해 품질 미달 주택을 다량으로 매입하는 등 조직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 사장의 남은 임기 동안 LH 경영을 믿고 맡길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뒤 즉각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H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번 이 사장 퇴진 요구가 촉발된 근본적인 이유는 올해 LH 내부 인사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LH 관계자 A씨는 “LH는 공공기관이다보니 승진이나 인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올해 LH 인사를 보면 매입임대 관련 부서에는 승진이 집중된 반면, 다른 부서들은 승진 차례가 와서 기대했지만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고 말했다.

LH 관계자 B씨도 “본사에 있거나 기존에 열심히 일해왔던 다른 부서 직원들의 승진은 등한시하고 이 사장이 밀어붙인 매입임대 관련 부서에 모든 공을 돌려 승진을 몰아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이번 LH 노조 투표가 조합원 과반 이상의 찬성을 받더라도, 이 사장의 퇴진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