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20년이 넘은 아파트가 모여있는 마포·공덕역 인근에서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마포·공덕역 인근에서는 ▲마포 태영(1992가구) ▲용산 도원삼성래미안(1458가구) ▲용산 리버힐삼성(1102가구) ▲공덕 삼성(651가구) 등에서 리모델링 추진위가 결성됐다.
이 중 단지 규모가 가장 크고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른 곳은 마포 태영아파트다. 최근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율 50%를 달성했다. 작년 8월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지 7개월만이다. 추진위 측은 빠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 조합이 설립될 것으로 예상한다.
1999년 준공된 이 단지는 1992가구 중 568가구는 서울시가 임대주택 형태로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구분소유주들에게 분양됐다. 사업 추진과정에 서울시도 리모델링에 찬성 의사를 밝히고 조합원 자격으로 참여하기로 하면서 단번에 25.8%에 달하는 동의율을 확보해 사업이 순항 중이다.
공덕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도원삼성래미안(2001년 준공)도 지난 1~2월 잇따라 정비업체와 설계업체를 선정하면서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11월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3개월만이다. 추진위는 다음 달 중순경 사업설명회를 열고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조합설립까지 마친 동부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사례를 보면 리모델링이 큰 무리 없이 진행됐기 때문에 우리 단지도 잘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주민 중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마포역에서 도보 9분 거리인 용산 리버힐삼성(2001년 준공)에서도 작년 10월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달 정비업체 선정을 마쳤으며, 오는 8월부터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을 계획이다. 공덕역과 맞닿아있는 공덕삼성(1999년 준공)도 작년 11월경 설계·정비업체 선정을 마무리했고, 상반기 중 주민 동의서 징구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마포·공덕 일대에 리모델링 붐이 인 것은 준공된 지 20년이 넘은 단지들이 모여있지만,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용적률이 높으면 일반분양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것이다.
한 리모델링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마포·공덕역 일대 아파트들은 대부분 용적률 250~300%를 넘기고 있어 사업성이 좋지 않다”면서 “준공연한이 20년을 넘긴 단지가 많아 10년을 더 기다려 재건축을 노려보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 조건으로도 추진 가능한 리모델링이 낫다고 판단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도 이 일대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비사업과 관련된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선 이후 용적률이 완화되더라도 이미 용적률이 높은 단지에서는 재건축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야 대선 후보들이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500%까지 완화하는 것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용적률이 220~230% 수준이어야 수익이 날 것”이라면서 “이미 용적률이 높은 마포·공덕 일대 아파트는 앞으로도 리모델링을 추진할 유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