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광주광역시의회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27년 만의 일이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2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당에 1석이 돌아가는데,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득표율 2위를 기록한 것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으며 ‘서진(西進)정책’을 시작한 후 2년 만의 성과다.
광주시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4.11%를 득표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광역의회 비례대표는 한 정당이 의석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광주시의회 비례대표 3석 중 2석은 68.63%를 득표한 민주당이 차지했고, 나머지 1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은 7.41%를 얻는 데 그쳤다.
그동안 광주시의회 비례대표 의원은 민주당이 2석을 차지했고, 나머지 1석은 민주노동당 전주연(2010년), 통합진보당 이미옥(2014년), 정의당 장연주(2018년) 시의원 등이 당선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이번에 2당으로 올라서는 이변을 만들어낸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지지율이 밀리자,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은 지난달 25일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108배’를 하며 ‘비례대표 시의원을 지켜달라’고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민주당을 바라보는 호남의 시선이 싸늘해진 것도 국민의힘의 약진의 한 원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 투표율은 37.7%로, 이례적으로 낮았다. 과거 투표율은 2018년 59.2%, 2020년 총선 65.9%, 지난 대선 81.5% 등 높은 편이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37.7%라는 투표율에 대해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했다.
4년 전에는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2당’이 되리라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2018년 광주시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득표율은 1.38%에 불과했다. 그러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2020년 8월 19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으며 서진정책을 시작했고, 윤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 유족의 손을 꼭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등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자 득표율이라는 성과가 나온 것이다. 5·18 기념식에는 새 정부 장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의원 거의 전원이 참석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호남에 출마한 3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득표율 20%를 돌파하지는 못했지만,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는 15.9%, 조배숙 전북지사 후보는 17.9%,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는 18.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호남 지역 득표율은 광주 12.7%, 전북 14.4%, 전남 11.4%였다. 대선 후 2개월 사이에 빠른 지지율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전북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이정현 후보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18.81%라는 상당히 많은 표를 준 데 대해 (전남도민들께) 감사드린다”며 “정치와 삶을 구분하는 현명한 지역민들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그는 “1995년부터 호남에서 출마해서 잘 안다. 이제 민주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게 통하지 않는다”며 “20~30대 많은 사람들이 호남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다음 목표는 호남 지역구 의원 배출이다. 이준석 대표는 대선 다음 날인 3월 10일 광주를 찾아 ‘감사 인사’를 하고, “호남을 향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다음 날인 전날(2일)에도 광주를 찾아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3일 페이스북에서 “호남에 대한 국민의힘의 진지한 노력은 내년 4월 전북 전주을 보궐선거에서 1차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해서 이겨 보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