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의 ‘청와대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5월 10일 취임식까지 시한이 촉박해 논란이 일고 있는 탈(脫)청와대 후 용산 이전 방안에 가렸지만, 청와대 조직의 비효율적인 업무 구조를 개선하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방향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당선인 측에 따르면 대선 후보시절 공약한 수석실 폐지로가닥을 잡은 가운데, 인원 30% 감축도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수석실을 폐지하는 대신 참모형 대통령실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선인측 관계자는 이날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당선인 직속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기존 대통령실 조직 축소 공약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약에 담겼던 ‘대통령실 인력 30% 감축안’에 대해서는 “인력을 가급적 비대하게 가져가지 않는 방안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대통령실 조직이 축소되는 방향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시절 발표한 공약집에 수석비서관, 민정수석실, 제2부속실 폐지 및 인원 30% 감축을 공약했다. ‘슬림한 대통령실’을 만들어 구중궁궐같은 구조에서 벗어겠다는 취지다.

TF 등에 따르면 현재 대통령실에 수석직을 없애고 참모형 내각으로 변신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수석과 보좌관, 비서관, 선임행정관, 행정관 순으로 나뉘어 있는 청와대 직급을 보좌관·비서관·행정관으로 간소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수석비서관이 아닌 각 부처 장·차관이 대통령 참모로 일하는 게 윤 당선인의 구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인수위 일각에서는 국정 현안 조정 등 수석의 중요 역할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어 추가적인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당선인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논의 초반 단계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논의 중인 것중 또 하나는 총리와 장관이 수석비서관을 통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다. 장관들을 사실상 기존의 청와대 수석처럼, 대통령의 참모로 삼아 가까운 거리에서 수시로 소통하겠다는 뜻이다. 내각의 역할을 강화하며 인수위는 미국 백악관처럼 장관에 참모 성격을 부여하는 ‘비서’(Secretary)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은 장관을 내각제 국가의 장관 명칭인 ‘미니스터’(Minister)라고 불러 해당 부처의 ‘장’(長)이라는 개념이 더 강한 상태다. 내각과 대통령 사이에 있던 수석직이 사라지면 장차관이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차관급인 수석이 장관의 보고사항을 받아 대통령에게 전달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착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소통 강화한다

지난 20일 윤 당선인이 직접 밝힌 용산 국방부 10층 청사에 대통령실을 마련하는 계획도 이 같은 대통령실 조직 개편과 방향과 같은 결이다. 소통을 크게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일하는 정부’와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 3층엔 대통령 집무실을 두고, 그 위층에 각 부처 장관들 사무실을 마련하는 한편 10층에 ‘민관합동위원회’를 두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여기 들어가보면 여러 회의실 빼고 규모가 크지는 않다. 지금 청와대 비서동이 3개동인데 그것을 합친 것보단 작을 것이다. 청와대 직원수는 좀 줄이고, 민관합동위원회의 사무국과 회의실을 많이 만들 생각이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청와대 직원보다 외부 전문가들이 경륜있고 국가적 어젠더 설정과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공무원 신분으로 하는 제안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소통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얼마든지 소통하겠다. 꼭 이 사안이 아니더라도 기자여러분과 만나겠다. 제가 선거과정에서도 말했지만 지금 청와대는 춘추관과 거리가 꽤 된다. 저는 이 건물 1층에 배치해서 여러분께서 이 저 그 보안수칙만 잘 지켜주신다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저 역시도 1층에 가서 여러분들을 통해서 국민들과 최대한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23일) 오전 설치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 ‘프레스 다방’에서 기자들과 잠시 만나 “언제 한 번 다같이 김치찌개를 먹자”고 했다.

사진은 20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용산 국방부 청사(윗 사진) 모습과 청와대 자료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