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나란히 가상자산(암호화폐) 법제화·제도화 공약을 들고나왔다. 지난 2년간 저금리로 인해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상황에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에 무게를 두고 접근해 온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적 차별화를 부각하고, 투자 참여율이 높은 2030세대의 표심을 끌어안겠다는 목표다.
◇李 “코인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 참여” vs 尹 “기본공제 한도, 주식과 동일하게”
가상자산 공약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이 후보의 ‘부동산 불로소득 가상자산화’와 윤 후보의 ‘가상자산 과세 기준 5000만원 상향’이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4대 가상자산거래소 대표와 간담회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가상자산을 활용해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투자할 기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부동산 개발이익에 기반해 국민주 형태의 코인을 만들어 투자 저변을 넓히고, 개발이익 환수도 투명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공약은 과거 포스코 상장이익을 국민주 형식으로 국민에게 나눠준 것과 유사하다. 국민주 형식을 가상자산화해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권리를 국민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 전 국민이 공유하려면 대규모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이를 가상자산화하는 방법이 있다”며 “투자할 기회 자체를 고려할 수 있게 전 국민에게 다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 참여 기회를 주면 효과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될 수도 있고, 부동산 개발에 따른 불로소득도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가상자산 과세 기준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연간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한도는 5000만원이다. 현행 250만원인 가상자산 양도차익 기본공제 한도를 주식과 동일하게 상향하고, 선(先)정비·후(後)과세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양도세 과세한도 5000만원 상향은 가상자산 과세가 시작되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가상자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가상자산 시장 매카니즘 구축하고 그리고 나서 과세를 해도 늦지 않다”며 “많은 투자자가 참여해 믿고 거래할 신뢰 여건을 다 만들어놓고 나면 정부가 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세법의 일반 원칙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李 “ICO 허용 적극 검토” vs 尹 “선(先) IEO, 후(後) ICO 허용”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가상자산 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방법에 대해선 일부 차이를 보였다. ICO는 특정 사업자가 새로운 코인을 만들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초기 개발 자금을 모집하고 그 대가로 코인을 나눠주는것. 코인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이를 사고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중국과 함께 ICO가 금지됐다.
이 후보는 “민주당과 정부가 ICO를 원천적으로 중지하고 없는 것처럼 했다”며 “ICO 허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해. 그러면서 “ICO 발행 허용에 전문가들과 소통, 협업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교란을 방지할 수 있는 충분한 안전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 후보는 중소 벤처기업의 새로운 투자유치 방식으로 ‘증권형 토큰 발행(STO)’을 허용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ICO와 관련해 ‘선(先)IEO·후(後)ICO 허용’ 방침이다. ICO 방식을 전면적으로 채택할 경우 다단계 사기 등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거래소 발행’(IEO·Initial Exchange Offering) 방식부터 도입하겠다는 설명이다.
IEO는 거래소가 대신 신규 코인을 검증을 해주기 때문에 신뢰성이 비교적 높다고 볼 수 있다. 윤 후보는 “(가상자산) 발행 시장은 전적으로 공신력 있는 거래소를 통해서만 할 수 있게 한다면 투자 위험이 현격히 줄어들 수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라고 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더 왕성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공신력을 부여하는 신뢰 기반을 구축해주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후보는 “대체불가능토큰(NFT·Non-Fungible Token) 거래 활성화를 통한 신개념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또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가상자산 정책 컨트롤타워를 두고 차이를 보였다. 윤 후보는 가상자산과 NFT 등 디지털자산 산업 정책을 맡을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계획을 밝혔다. 반면 이 후보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가상자산 관련 주무 부처는 금융위원회로, 이 후보가 대통령 집권 시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윤 후보는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하고 코인 불완전판매, 시세조종, 자전거래, 작전 등 불공정거래는 조사 후 사법절차를 거쳐 전액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해킹, 시스템 오류 관련 보험 제도 확대와 가상자산 거래 계좌와 은행을 연계하는 전문금융기관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