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명된 지 49일 만에 퇴임했다. 김 위원장은 6·3 대선 패배 후 개혁안을 발표하며 쇄신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친윤(親윤석열) 성향 의원들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정해진 임기만 채우고 물러나게 됐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김 위원장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원장직 임기를 마치면서 국민과 당원 동지들에게 그동안의 고민을 담아 보수재건의 길을 말한다”면서 “백의종군 국회의원으로 돌아가 개혁 의지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보수 야당이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윤석열 정권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근본적인 반성과 새로운 다짐으로 결연한 뜻을 모아 새로운 보수정당, 따뜻한 보수로 거듭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 재건의 방법으로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헌법 가치 실현 ▲국민주권 실천 ▲따뜻하고 혁신적인 보수 ▲국가개혁에 필요한 도덕성 확립 ▲자유에 편중하지 않는 조화로운 헌법정신 ▲세대통합 역사의식 확립 등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9월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부당 교체 진상 규명 ▲100% 상향식 공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5대 개혁안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개혁안에 대해 전 당원 투표를 주장했지만, 당내 다수 의원의 반대에 막혔다.

김 위원장은 5대 개혁안과 관련해 “많은 의원과 당원이 개혁 방향에 동의해줬지만, 정작 당의 의사결정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면서 “당의 존립과 개혁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전 당원 투표를 주장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 미래는 없다”면서 “비관하지 않겠다. 보수의 개혁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뜻이고, 당원들의 뜻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 도중 송언석 원내대표의 격려를 받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후임 비대위원장 지명 등을 논의한다. 당내에서는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음 달 1일 전국위원회를 거쳐 새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고, 비대위에선 오는 8월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를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송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가 꾸려진 뒤에는 당 혁신위원회도 구성된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이 제시한 5대 개혁안 대신 혁신위원회 구성을 준비해왔다. 혁신위에는 친윤계와 친한(親한동훈)계 의원들이 참여할 전망이다. 다만 혁신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개혁이 공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어려울 때마다 혁신위 설치 전례가 있었고, 성공적 업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뼈를 깎는 노력, 모든 걸 다 바꾸겠다는 혁신이 없으면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