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내 전시 대통령 지휘소인 ‘B-1 벙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10년 넘게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이 2020년, 2022년, 2024년 각각 B-1 벙커 내 일부 지역에서 측정한 라돈 수치를 공개하며 “장병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B-1 벙커 내 라돈 평균치는 2020년 449.5베크렐(Bq/㎥), 2022년 357Bq/㎥, 2024년 157.8Bq/㎥로, 실내공기질 관리법상 기준치인 148Bq/㎥를 모두 상회했다. 특히 2020년 일부 구역에서는 711Bq/㎥, 2024년에는 706Bq/㎥까지 치솟아 기준치의 4~5배에 달하는 수치가 검출됐다.
B-1 벙커는 암반과 지하수에서 고농도 라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로, 내부가 협소하고 외부 공기 유입과 자연 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는 지난 10여 년간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환경 개선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수치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유 의원의 주장이다.
유 의원은 지난해 10월 창설된 전략사령부 일부 참모부 요원 약 40명이 B-1 벙커에 상주하며 근무했으나, 국방부가 라돈 수치 초과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조기를 30% 수준으로만 가동한 상태에서 3개월간 고농도 라돈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라돈은 공조기로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공기 중이나 먼지에 흡착된 입자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침투한다”며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장병들을 해당 공간에 투입한 것은 직무 유기이자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8월 후반기 한미연합연습 때는 1000명 넘는 장병들이 B-1 벙커에 투입될 예정이어서, 라돈 노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유 의원은 “B-1 벙커 전 지역의 라돈 수치를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며 “구조적 문제로 라돈 수치 개선이 어렵다면, 벙커의 지속 사용 여부를 전면 검토하고 대체 지휘시설 마련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B-1 벙커 내 라돈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곳은 일부 구역”이라며 전시 임무 수행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폐지는 어렵다고 밝혔다. 평시 근무 중인 상주 인원의 근무 위치 조정은 완료했으며, 전시에 기준치 초과 구역 내 근무 인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암반 차폐 및 코팅 등 시범 사업을 시행해 라돈 저감 효과와 예산 등을 분석한 뒤 확대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