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최근 당내 호남 맹주로 꼽히는 정세균 전 총리를 만난 것으로 알려지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의 ‘정통성 입증’ 과제를 주목하고 있다. 중도 확장 명분으로 ‘보수 정당’을 선언한 이 후보로서는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절실하다. 전통 지지층 내 거부감을 해결해야 결속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과거 전당대회와 이달 초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 등에서 확인된 호남 민심은 이 후보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오는 23일 시작하는 호남권 순회경선의 투표율이 텃밭 민심을 확인할 ‘가늠추’가 될 전망이다.

대권 도전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직후인 지난 16일 정 전 총리를 만났다. 이 후보가 “원로의 조언을 구하고 싶다”며 먼저 제안한 비공개 회동이었다. 정 전 총리는 “끝까지 말실수하지 마시라”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엔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면 안된다”는 취지의 대화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 후보는 호남 경선에서 유독 고전했다. 지난 2022년 ‘어대명’ 구로도 치러진 전당대회 당시 광주와 전남·북 당원 투표율은 30%대에 그쳤다. 특히 전북 투표율은 34.07%로, 17개 지역별 가운데 14위까지 내려갔다. 광주(34.18%), 전남(37.52%)도 각각 13위, 10위였다. 압승했지만 “정작 호남 민심은 마뜩잖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전당대회도 마찬가지다. 호남 투표율은 20%대로 ‘구대명’(이재명 지지율 90%대) 이란 말이 무색했다. 15만 권리당원이 포진한 전북과 전남에선 각각 3만여명만 투표를 했다. 참여율은 전북 20.28%, 전남 23.17%였다. 광주 10만 권리당원 중 투표를 한 이는 25.29%였다. 전지역 권리당원 종합투표율(42.18%)의 절반 수준이었다.

경선 캠프에선 ‘호남 투표율’을 주목하고 있다. ‘1인 독주’에 대한 반감은 물론, 재판 관련 우려도 여전해서다. 최근 공직선거법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최종심이 남았다. 그 외 대장동·대북송금 등 5건의 재판이 있다.

이런 정서는 4.2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로 이어졌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창당 이래 처음으로 당선자를 냈다. 민주당 텃밭에서 승리한 만큼, 지역 정치권의 역학 관계 변화로 이어질 거란 관측이 나왔다. 이 후보가 5.18 정신 헌법 수록을 공약하고, 호남 원로 정 전 총리에 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다.

캠프 관계자는 “경선에선 사실상 반전이 없을 것이고, 오히려 호남 투표율이 경선의 제 1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호남 전현직 시·도의원, 군수 등 지역 오랜 정치인을 중심으로 이 후보에 대한 불호가 여전히 있다”면서 “계엄 이후란 점에서 당연히 투표율 50%는 넘어야 명분이 선다. 호남에서 ‘우리 주자’로 인정 받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