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구조개혁’ 논의를 위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8일 첫발을 뗐지만 특위 구성을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간 설전이 오갔다.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안정화 장치’를 두고도 각 당이 충돌했다.
연금특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제1차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장·간사 선임의 건’을 의결했다. 4선의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에, 각 교섭단체 간사로는 국민의힘에서는 김미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오기형 의원이 선임됐다.
위원들이 각자 특위에 합류한 각오를 밝히며 순조롭게 흘러가던 회의장은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전종득 진보당 의원의 특위 참여를 문제 삼으면서 소란스러워졌다.
우 의원은 “진보당은 자동안정장치 도입도 반대하고 있고 소득대체율은 43%도 모자라서 50%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연금개혁 합의문의 ‘재정안정화 조치’에 대해 동의하는지, 동의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재정안정화를 시킬지 알고 싶다”고 했다.
문제가 된 발언이 이어졌다. 우 의원은 “이게 만약 없다면 연금특위 구성에서 이번엔 좀 빠져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자 장내가 웅성였다. 우 의원은 또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페이스북에 ‘연금개혁이 청년이 불리하다고요? 모르면 공부하고 알 때까지는 좀 입 다물고 있으십시오’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오늘도 그런 식으로 말한 것 같다”라고 했다.
이에 강 의원은 “상임위원회든 특위든 타 당의 위원 구성에 대해서 유감을 표하는 것을 처음 들었다”며 “제 의정활동 관련해서 공개적으로 비난을 한 점, 한 단어만 오려내서 이야기한 것 관련해서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도 “한 당의 특정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항과 국회의장이 선임한 위원에 대해서 나가라 말라 할 자격이 있나. 본인이 듣고 있는 청년 세대가 전부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우 의원이 “일정 부분 표현에 있어서 앞으로 조금 더 주의하겠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전 의원이 명확한 사과가 아니라면서 “마치 내란수괴 윤석열 입틀막을 보는 느낌”이라고 지적하고,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만하세요. 그게 여기서 왜 나와요”라며 반발해 회의장 분위기가 격앙됐다. 결국 윤 위원장이 “첫 회의니까 이해하면서 하자”고 마무리하면서 소란은 일단락 됐다.
각 당 합의문상 ‘재정안정화 장치’ 문구의 의미를 두고도 각 당은 충돌했다. 합의문에는 “연금재정의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재정안정화 조치 및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의 개혁방안을 논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민주당 간사인 오기형 의원은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논의해야 하고 그 방법은 열려 있다고 본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 투입도 논의를 구체적으로 해야 할 때가 됐다 본다. 다만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큰 시각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고 재정투입 여력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 국고 투입을 통한 수익률 제고’에 방점을 뒀다. 한국노총 출신인 같은 당 박홍배 의원은 “자동조정장치는 재정 안정을 명분으로 보험료율 인상이나 급여 하락까지 가져올 수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당초 합의한 대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비롯한 재정안정화 조치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기초·퇴직·개인 연금 등 튼튼한 다층 연금체계를 구축해 실질적인 노후소득이 보장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에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합의문에는 재정안정화 조치라고 돼 있다. 재정안정화조치는 보험료율을 올리 수도 있고 연기금 수익률을 높일 수도 있고 여러 방안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자동조정장치에 방점이 있었다. 다만 협의 과정에서 시간 끄는 것을 방지하고자 복지부가 대안 중 하나로 자동조정장치 조문 제목을 재정안정화 조치라고 한 것이다. 이런 부분은 더이상 언급 안 하길 바란다”고 재반박했다.
국회 연금특위에선 구조개혁안을 올해 말까지 논의한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안정화 장치부터 기초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국민연금 통합 등이 핵심 과제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0일 ‘보험료율(내는 돈) 13%·소득대체율(받는 돈) 43%’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