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제단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를 만나 배임죄 폐지와 규제개혁을 언급했다. 반도체특별법의 최대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과 관련해선 고용 유연성과 안전망 구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데 그쳤다.
이 대표는 5일 오후 국회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경제 간담회’를 열고 한경협 임원진을 만났다. 이 대표는 한경협의 류진 회장, 김창범 상근부회장,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등을 만나 국제통상 환경 변화 대응책과 상법 개정안, 반도체특별법 등 현안을 논의했다.
한경협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 통과만 남겨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주주들의 소송 남발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상법 개정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경영판단에 대한 ‘배임죄 폐지’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국경영자총협회 간담회에서도 배임죄를 폐지하거나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시장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도 높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며 “(기업들의) 피해의식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데, 배임죄 폐지에 일정부분 공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앞으로 우리나라 규제를 대규모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하며 불필요한 규제, 행정편의적인 규제는 과감하게 없애겠다고 했다”며 “다만 국민 안전과 관련된 건 꼼꼼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반도체특별법 논의 중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수당을 지급하는 조치를 한다면 현행 제도 내에서 운영해도 가능하다”며 “인공지능(AI) 투자 활성화와 국내생산 촉진 세제 등 실질적인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