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압박에 나섰다. “국민들의 여론이 형성되면 따르는 게 관료와 정치인이 할 일”이라며, 홍 부총리에게 ‘여론에 따르라’고 주장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예방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이날 국회를 찾아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증액하려면 기재부 동의가 필요한데,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치인과 관료의 논쟁은 반드시 학술적 이론에 근거에 따라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판단이 아니라 결단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정치인과 관료가) 충분히 대화하고 국민들의 여론이 형성되면 그에 따르는 게 국민주권국가의 관료와 정치인이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현장이 너무 어렵고, 초과 세수도 있어서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후보는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있고 추가 세수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양극화돼서 골목 경제, 기초 경제가 매우 타격을 많이 받고 있어서 조정을 할 필요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려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증액이 필요하다. 이는 기재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홍 부총리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이 후보와 민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이 후보와 홍 부총리는 과거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수 차례 충돌한 적이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였던 지난해 9월 ‘재난지원금을 30만 원씩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 비율보다 낮다’고 했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아주 철이 없다’는 야당 의원의 평가에 동조했다. 이 후보는 “논리적으로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하는 얘기”라고 맞섰다. 지난해 12월에는 “전쟁 중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며 대응했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닌달 29일(현지 시각) 살롱 델 폰테인에서 열린 'G20 재무.보건 장관 합동회의'에서 스리 물랴니 안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장관과 환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 후보는 지난 7월, 여당이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에도 홍 부총리가 ‘소득 하위 80% 지급’을 고수하자 “억지 그만 부리고 집권여당 방침대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민주당이 ‘전국민 지급’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홍 부총리가 수용하지 않아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88%’로 정해졌다. 그러자 이 후보는 지자체 예산으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2%’에도 1인당 25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구상하고 있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금액에 대해 “코로나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만~50만원은 (지급)해야 한다”며 “1인당 100만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48만~50만원 가까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수행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홍 부총리는 31일(현지 시각)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로마까지 와서…”라며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해달라”고 했다.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찬대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홍 부총리의 벽을 돌파할 수 있냐’는 질문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당국은 곳간을 지킨다는 개념이 강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곳간을 여는 사람들 아니겠냐”며 “곳간을 지키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