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지난 4월 제시한 1.0%보다 0.2%포인트(p) 낮춘 수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이 제시한 전망치보다 0.1%p 낮고,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와는 동일하다. IMF가 이번 전망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를 담지는 않았지만, 미국 관세 정책이 한국 수출에 미칠 악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IMF는 29일 발표한 ‘7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전망치(2.8%)보다 0.2%p 높다. 2026년에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0.1%p 상향한 3.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미국의 실효 관세율 하향, 고관세 우려에 따른 조기선적 증가, 달러 약세 등 금융여건 완화, 주요국 재정확대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망은 미국의 관세인상 유예가 8월 1일 종료되더라도, 관세가 실제로 인상되지 않고 현재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선진국 그룹(한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41개국)의 올해, 2026년 성장률은 지난 전망 대비 0.1%p 오른 1.5%, 1.6%로 전망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성장률을 1.9%, 2.0%로 종전 전망치보다 각각 0.1%p, 0.3%p 상향 조정했다. 관세 인하, 금융여건 완화 등의 영향에 더해, 미국이 최근 제정한 감세 법인 ‘대규모 감세법(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의 효과까지 반영한 것이다.
유로존의 경우 아일랜드의 의약품 대미 수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0%로 0.2%p 올려잡았지만, 2026년 성장률(1.2%)은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주요 7개국(G7)과 유로존을 제외한 기타 선진국에 대해서는 올해 성장률이 1.6%로 0.2%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완화적 금융 여건에도 불구하고 통화 강세와 자동차·철강 등에 대한 관세가 인상됐다는 이유에서다. 2026년에는 성장률이 1.8%로 종전 전망치보다 0.4%p 개선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8%로 종전 전망치보다 0.2%p 내렸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1.8%로 0.4%p로 상향 조정했다. IMF는 이번 전망에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담지 않았다.
신흥개도국 그룹(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155개국)의 올해, 2026년 성장률은 지난 전망에 비해 각각 0.4%p, 0.1%p 상향한 4.1%, 4.0%로 제시했다. 중국 성장률은 올해와 2026년 4.8%, 4.2%로 전망했다. 올해는 상반기 예상보다 견조한 실적을 보인 점, 지난 5월 12일 미국이 대중 관세를 인하한 점 등을 반영해 0.8%p 상향했으나, 2026년은 조기선적 효과가 희석될 것으로 보고 상향 폭을 0.2%p로 축소했다. 인도는 대외여건 개선 등을 반영해 올해와 2026년 6.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하방 요인에 집중돼 있다고 진단하면서, ‘통상정책의 전개 양상’이 리스크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방 요인으로 실효 관세율 상승, 관세협상 결렬 등 정책 불확실성 확대를 꼽았다. 이로 인해 기업 투자와 무역투자 흐름이 위축되고 성장세가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정학적 긴장이 공급망과 물가에 추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또한 미국, 프랑스 등 주요국의 높은 재정적자·국가부채로 인한 시장신뢰 악화, 장기금리 상승 등은 글로벌 금융여건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신 IMF는 무역협상이 성과를 낼 경우가 세계 경제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IMF는 각국의 통상 정책에 대해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 조성을 위해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산업정책을 설계하고, 지역‧다자간무역협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재정 측면에서는 국방 등 필수 지출은 유지하되, 중기 재정계획을 수립하고 세입 확충·지출 효율화를 통해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물가안정과 금융시장 안정 간 균형을 유지하고 성장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IMF는 매년 1월과 4월, 7월, 10월에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한다. 4월과 10월에는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전망을 발표하고, 1월과 7월은 주요 30개국(한국 포함)을 대상으로 수정 전망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