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무지출 구조조정의 최우선 타깃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올려놓았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데도 내국세의 일정 비율(20.79%)이 자동 배분되는 구조 탓에 교부금이 매년 불어나 ‘방만한 재정 운영’을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구조조정을 위해 국회·교육부 등과 협의해 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 사업성 예산인 재량지출과 달리 의무지출은 법으로 지출이 정해진 예산이기 때문이다.
26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의무지출 효율화 대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지난 17일 임기근 기재부 2차관이 지출 효율화 관련 관계 부처 회의에서 “의무지출도 중장기 재정 소요를 면밀히 검토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등 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시한 것의 후속조치 차원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에 낭비성 지출을 과감히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행정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국 교육청의 주요 수입원이다. 인구 팽창기였던 1972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이후 50년 넘게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자동 할당하는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1972년 내국세의 11.8%였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은 ▲2001년 13.0% ▲2005년 19.4% ▲2008년 20.0% ▲2010년 20.27% ▲2019년 20.46% ▲2020년 20.79%까지 높아졌다. 교부금 규모는 국세 수입 증가와 함께 2015년 39조4000억원에서 2022년 81조3000억원까지 약 두 배로 늘었다. 올해는 72조3000억원이 예상된다.
반면 교부금의 주요 수혜자인 학령인구는 저출산 영향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990년대 초반 1.7명대에서 2000년대 중반 1.2명대로 떨어졌고, 2024년에는 0.75명까지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통계청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1972년 1317만9000명에서 1980년 1440만1000명까지 증가한 후 2000년 1138만3000명, 2024년 714만7000명으로 급감했다. 2030년에는 596만7000명, 2040년에는 412만2000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학령인구는 계속 감소하는데 교부금은 지나치게 많이 배분되면서 교육청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교부금은 법에 따라 자동 할당되도록 돼 있어, 재정 당국과 국회의 심사 대상도 아니다.
감사원은 2023년 8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방만 운영 문제를 꼬집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2018~2022년 5년 간 시도 교육청이 현금·복지성 지원 사업에 3조5000억원을 썼다고 추산했다. 경기교육청은 2021년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지역 학생 모두에게 ‘교육 회복지원금’ 명목으로 1664억원을 나눠줬고, 경북교육청은 2021~2022년 교원이 아닌 행정직 공무원, 교육공무직 등 3700여명에게 46억원 상당의 노트북을 나눠줬다.
당시 감사원은 교육부에 “내국세 연동 방식을 개정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고, 교육재정 투자의 효과성 제고를 위해 적정규모 교원수급 계획을 수립하는 등 지출 효율화 방안을 추진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내국세 배정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만 교육부를 비롯해 국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거세 법 개정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구동성으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문제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지출 효율화를 위한 추동력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관계 부처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협의를 요청하려고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