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취임식을 하고 공식 업무에 돌입하면서 기재부 고위직 인사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구 부총리로선 적재적소에 인사를 배치함으로써 자신과 손발을 맞출 참모진을 꾸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재부 역시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인사를 통해 인적 쇄신을 도모합니다. 국장(2급)이 실장(1급)이 되고, 과장(3급)이 국장이 되며 인사 적체가 해소되고, 내부 사기도 오르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려면, 1급 공무원의 행보가 먼저 확정돼야 합니다. 비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최고위에 오른 1급 공무원에겐 세 개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먼저 동일 직급의 다른 직책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외부직으로 나가는 것, 마지막으론 퇴직을 하고 활로를 스스로 모색하는 것입니다.
물론 정무직 공무원인 차관급으로 승진하는 길도 있지만, 이건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기재부에는 1급 직위가 총 7개 있습니다. 3실장(기획조정·세제·예산), 3차관보(차관보·재정관리관·국제경제관리관)에 대변인까지 포함됩니다.
현재 기재부 내부에선 지난 4월 발탁된 박금철 세제실장과 유병서 예산실장을 제외한 1급 전원이 인사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윤인대 차관보, 최지영 국제경제관리관, 안상열 재정관리관, 김진명 기획조정실장, 강영규 대변인 등 입니다.
기재부 일각에선 유병서 실장도 인사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예산총괄국장으로서 건전재정 기조의 예산안의 틀을 짰던 이력이 확장재정을 지향하는 현 정부의 색채와 맞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직업공무원들은 국민 주권을 대행하는 지휘관을 따라 움직이는 게 의무다. 법률상 의무일 뿐 아니라 그렇게 훈련돼 있다”라면서 보수 정부의 국정방향에 충실한 공무원의 행동을 문제삼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유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세제·예산실장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인사 교체가 유력합니다. 이 중 일부는 직급은 유지하고, 자리만 옮길 수 있습니다.
부처 내 직책이 아닌 외부로 나갈 자리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이사, 조달청장, 통계청장, 대통령실 경제수석 산하 성장경제비서관, 국제금융센터 원장,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이 거론됩니다. 이들 직책은 그동안 기재부 출신이 관행적으로 임명돼 왔습니다.
다만 이재명 정부에서는 이런 관행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최근 기재부 외청 중 하나인 관세청의 신임 청장에 내부 출신인 이명구 관세청 차장이 승진 형식으로 발탁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부 안팎에선 ‘내부 출신 중용’ 기조를 보여주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비(非)기재부 출신이 관세청장을 맡은 것은 문재인 정부 노석환 전 청장 이후 5년 7개월 만입니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에 총리실 출신으로 분류되는 윤창렬 실장이 임명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윤 실장은 총리실 출신 공무원으로 차관급인 국무조정실 제1차장에 올랐다가 LG 글로벌전략개발원장을 거쳐 이번에 국무조정실장으로 발탁이 됐습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과 이명구 관세청장 발탁은 조달청장과 통계청장 등 외청장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장 등 산하기관장까지 비기재부 출신이 기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외청 내부에서도 은근 내부 인사 승진을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한 외청 관계자는 “기재부 출신으로 오셨던 청장들이 조직 관리를 잘 해서 내부에서도 큰 불만은 없다”면서도 “그래도 내부 출신 청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통계청의 경우, 처 단위로 격상된 후 교수 등 학계 출신이 수장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이재명 정부 이후 관가에선 ‘기재부 홀대론’이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재부를 지목해 “왕 노릇을 한다”고 비판해왔습니다. 이런 인식이 이사를 통해 기재부 견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재부의 예산 기능 분리 등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도 이런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됩니다.
기재부 내에서는 대통령실 경제수석 산하 성장경제비서관(전 경제금융비서관) 자리라도 기재부 몫으로 할당되길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자리는 대통령실과 기재부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핵심 요직입니다. 이전에는 거시정책을 담당하는 기재부 1차관실에서 차관보나 경제정책국장 출신들이 주로 파견됐습니다.
관가에선 이형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한달가량 지난 현재까지도 공식 인사 발령은 나지 않았습니다. 기재부에서 ‘아직은 모른다’라며 희망을 거는 까닭입니다.
조직 관리에선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로운 인물·적절한 배치는 조직의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됩니다. 반대로 인사가 꼬이면 내부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1급이라고 자리가 없다고 해서 무작정 내보내진 않을 것이지만 승진길이 막히면 밑에서부터 불만이 쌓이게 될 것”이라면서 ”국장들의 반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돈다”고 부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제 막 경제사령탑으로 정식 취임한 구 부총리의 고민도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가 관리, 관세 협상 등 당면 현안과 함께 부처의 균형과 역동성을 고려한 인사로 기재부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