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관세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거론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결정을 10월 이후에나 내릴 전망이다. 미국 측이 프로젝트의 기초정보를 4분기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전에는 실질적인 검토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제공할 정보는 프로젝트 사업비, 소요 기간 등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LNG 가격을 정부가 추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충분한 판단 자료가 되지 않으면 구매 결정이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천연가스 액화 시설 조감도. /알래스카 LNG 제공

18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으로부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기본 설계 정보를 받은 뒤에야 구매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미국은 최근 4분기 중 해당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알래스카 최북단 프루도베이에 매장된 40조입방피트(ft³) 규모의 가스전을 개발해 천연가스를 시추·수송·수출하는 사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 에너지 프로젝트다. 오는 2031년부터 연간 2000만톤(t)의 LNG를 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 알래스카 LNG를 처분할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관세 협상 대상국들에 구매 약속을 요구해 오면서, 이는 협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대만 국영석유회사(CPC)가 지난 3월 알래스카 가스개발공사와 구매·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CPC는 연간 600만t을 구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역시 20년 동안 매년 200만t의 알래스카 LNG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우리 정부 역시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이를 저울질해 왔다. 정부 일각에서는 LOI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빨리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알래스카 LNG 가격 등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는 의미 있는 검토가 불가능하다는 것에 더 큰 공감대가 형성됐다. 관세 협상에 있어 감정적인 대응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향을 고려하면, 나중에 구매 의사를 철회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초정보를 알고 있어야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그 전 단계도 못 미친 것”이라면서 “우리가 먼저 (구매를) 하겠다고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측으로부터 자료를 받으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측으로부터 프로젝트 설계 정보를 받더라도, 정부가 단기간에 알래스카 LNG 구매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확한 LNG 가격 정보를 받는 것이 아닌, 가격을 추산할 수 있는 프로젝트 사업비용과 기간 등 정보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정보가 공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10월이 된 후에도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업무협약(MOU)이든 LOI든 우선 정보를 먼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자 했으나, 미국은 이보다 직접적인 알래스카 LNG 구매를 집중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파이프라인이나 액화플랜트를 건설하는 등 투자는 ‘알아서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