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국채금리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하강 곡선을 보이던 미국 국채금리가 상호관세 부과 이후 반등한 데 이어, 일본 국채금리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국고채 금리도 영향을 받아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4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43%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4월 초 4.06%까지 하락하면서 하향 안정화됐는데, 상호관세 발표 이후 한 달 만에 4.5%를 넘겼다.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장기물 금리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날 20년물과 30년물은 나란히 4.96%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인 4.50%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이는 각각 4.56%, 4.52%였던 4월 초 대비 0.3%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일본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1일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50%까지 올랐다. 올해 4월 초 1.05%까지 내려갔던 10년물 금리는 지난 5월 중순 1.56%를 돌파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었다. 이후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리 상승은 우리나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높은 해외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경우 원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고, 이는 수입물가 상승과 시중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주요 책무로 하는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쉽게 인하하기 어려운 여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 국고채 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 4월 30일 2.375%까지 하락했다가, 5월 초부터 반등해 이달 11일에는 2.604%까지 상승했다. 한때 기준금리(2.50%)를 밑돌았던 중기 금리가 반등하면서 시중금리 구조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기준금리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 단기금리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2년물 국고채 금리는 2.421%, 3년물은 2.448%로 마감했다. 4월 30일 각각 2.323%, 2.267%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0.1%포인트가량 올랐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여전하지만, 실제 시중금리는 그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관세 불확실성이 다시 불거지면서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이던 미국 국채금리가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라면서 “감세안 통과에 따른 미국의 재정 리스크가 잠재한 가운데, 물가 지표마저 관세 여파로 들썩이면 미국 국채 금리는 다시 큰 폭으로 요동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작아지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지만, 글로벌 국채시장이 요동치면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일본은행이 나란히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독자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이나 환율 급등 등을 우려해야 한다.
박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관세 발언으로 금융시장의 피로감은 당분간 커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할 것”이라면서 “관세 피로감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1~2개월간 물가지표와 국채금리, 소비지표 등의 흐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