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식량 안보 강화와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전략작물 직불금 사업’을 확대한다. 재정 소요가 큰 ‘전략작물 직불금’의 대안으로 검토했던 ‘쌀 재배 면적 비감축 농가 매입 대상 제외’ 구상은 폐기하기로 했다. 전략작물 직불금 사업은 벼를 재배하던 농지에 자급률이 낮은 밀이나 콩 등을 재배하면 기존에 주던 쌀 직불금에 추가 직불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8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내년도 ‘전략작물 직불금’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략작물 직불금 사업 대상 면적과 품목, 전환 농가 지급액 상향 규모를 논의 중”이라면서 “자급률이 낮은 곡물의 재배 확대와 쌀 과잉 생산 예방을 위해 농가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식량 안보 강화와 농민의 소득 보장을 위해 기본 직불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과거엔 ‘쌀 직불금’이라고 불렀다. 논·밭 진흥지역을 기준으로 2㏊이내 구간은 1㏊ 당 215만원, 2㏊~6㏊ 구간은 1㏊ 당 207만원, 6㏊ 초과 구간은 1㏊ 당 198만원을 직불금으로 지급한다.
전략작물 직불금 사업은 벼를 재배하던 농지에 자급률이 낮은 밀이나 콩 등을 재배하면 직불금을 추가 지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쌀이 다른 작물보다 기계화율이 높아 비교적 손이 덜 간다는 이유로 벼 재배를 계속하는 농가가 다른 작목을 심을 수 있도록 경제적 혜택을 더 주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2023년 처음 도입됐다. 도입 첫해 12만5000헥타르(㏊, 1㏊=1만㎡)였던 전략작물 직불제 대상 면적은 2024년 14만8000㏊, 2025년 16만4000㏊로 면적이 확대됐다.
지급되는 직불금은 재배 곡물에 따라 차이가 난다. 1㏊ 기준 겨울엔 ▲보리·조사료 50만원 ▲밀 100만원을 지급하고, 여름엔 ▲옥수수·깨 100만원 ▲두류·가루쌀 200만원 ▲조사료 500만원을 지급한다. 옥수수와 깨는 올해 신규로 추가된 품목이다.
현재 농식품부와 기재부는 전략작물 직불금 지원 품목 확대와 지급액 인상을 검토 중이다. 내년부터 신규로 추가할 품목으로는 ‘기장쌀’(좁쌀)과 ‘땅콩’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급액은 곡물 판매 단가와 시장 수요,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조율 중인 상황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정부 때 쌀 감축 유도를 위한 정책을 ‘투트랙’으로 세웠다. 하나는 당근책인 ‘전략작물 직불금’ 확대, 다른 하나는 채찍 역할을 할 ‘쌀 재배 면적 비감축 농가, 매입 대상 제외’다. 감축을 이행한 농가에 시중보다 매입 단가가 7~10% 높은 공공비축미 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감축에 참여하지 않은 농가는 공공 매입에서 제외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농가를 갈라치기 한다는 지적과 함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역단위로 재배 면적 감축 목표를 수립하는데, 지역의 목표 감축 면적을 농가 단위로 배분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라고 농식품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결국 농정 당국은 ‘쌀 재배 면적 비감축 농가, 매입 대상 제외’ 방안은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재정당국과 협의해 ‘당근책’의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전북 부안군에서 가진 현장 간담회에서 “논에 벼를 대신하여 콩과 같은 주요 작물이 보다 많이 재배되면 쌀 수급안정과 식량안보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라면서 “타 작물 재배에 농업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불가피한 과잉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 매입 등의 책임을 보다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5일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쌀 과잉 생산이 되면 정부가 매년 돈 주고 매입하는 것이 좀 무리가 될 것”이라면서 “재배 면적을 좀 줄이고 그에 해당하는 대체 작물 지원 예산을 확보해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3.3만 헥타르 정도 전략작물을 지원하는 게 있다”라며 “올해는 8만 헥타르 정도 (쌀 재배면적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농가를 계속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송 장관이 설명한 대체작물 재배 확대 구상에 동의하고, 송 장관을 새 정부의 농식품부 장관으로 유임시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