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알리는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불행히도 우리 관계는 상호적이지 않았다"면서 "2025년 8월 1일부터, 우리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품목별 관세와 별도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 부과될 상호관세율을 예고하면서, 관세 부과 발효 시점을 3주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모든 국가에 압박을 가해 협상을 조기에 타결하려는 전략”이라며 “협상 시한이 촉박한 만큼 우리도 서둘러 영국이나 베트남처럼 큰 틀의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다음달 1일까지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협상 마감 시한은 3주 이상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 등을 포함한 14개국에 공식 서한을 전달하는 한편,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 따르면, 미국은 다음 달 1일부터 ▲한국·일본·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튀니지에 25% ▲남아프리카공화국·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30% ▲인도네시아에 32% ▲방글라데시·세르비아에 35% ▲태국·캄보디아에 36% ▲라오스·미얀마에 40%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에 부과된 상호관세율은 기존(10+15%)과 동일하며, 품목별 관세 품목에는 상호관세가 추가 부과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은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최대 50%, 자동차에는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악은 피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협상 타결에 근접한 국가들에게 빠른 시일 내 협상을 하라는 압박을 주는 것”이라며 “7월 9일 관세 부과를 시행하면 미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이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봤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서한을 받은 나라뿐만 아니라 받지 않은 국가들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 트럼프식 전략”이라며 “자국 피해는 줄이면서 상대국에 최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호 국제통상연구원장도 “이번 서한은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하자’는 압박이자 신호”라며 “일본은 참의원 선거, 한국은 정권 교체로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유예 기간을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협상 시한이 연장된 만큼,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미국 상무장관과 면담한 데 이어, 당분간 워싱턴 DC에 머물며 막판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같은날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통해 한미 관계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협상을 할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디테일한 조율보다는 영국이나 베트남처럼 협상의 큰 틀부터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미국과 영국은 5월 8일 합의를 이뤘다.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 10만대까지 10% 관세 ▲영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폐지 ▲기본관세 10% 유지를 내세웠고, 영국은 ▲에탄올·소고기·농산물·기계류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고 ▲비관세 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세부적인 안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미국과 베트남도 지난 2일 무역협정을 구두로 체결했다. 베트남은 미국으로부터 20% 관세율을 적용 받는 대신, 미국산 농산물·산업 제품에 시장을 개방하고, 항공기 구매를 늘리기로 했다. 이는 종합적인 무역협정이라기보다는 간소화된 ‘프레임워크’ 수준으로 향후 몇 달간의 추가 협상을 예고하는 내용에 가깝다.

최용민 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영국과 베트남 사례처럼 협상의 틀만 잡아도 관세 시점을 늦출 수 있다”며 “8월 1일까지 세부사항을 모두 정리하긴 어렵기 때문에, 기본 구조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산업별로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보다, 한미 기업 간 공동 플랫폼을 만들어주고, 양측 간 공동 투자나 프로젝트를 하는 방식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장관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수동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상호 도움이 되는 분야에 대한 합의를 선제적으로 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한미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만큼, 다른 나라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며 “기본 관세율인 10% 수준으로 관세율을 내려잡을 수 있도록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고문도 “‘트럼프감세법’ 통과로 전기차 구매에 주어졌던 세액공제가 조기 폐지돼 현지 투자를 확대해온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며 “우리측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할 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필요한 부분이나 해결돼야 할 문제를 명확히 제시해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