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차례 인하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낮춘 한국은행이 이번 달에는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 다수는 한은이 미국과의 관세협상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지켜보며 다음 달 중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비즈가 6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현행 연 2.50%로 유지될 것으로 봤다. 한은은 올해 2월과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내렸는데, 이번 달에는 대내외 상황을 지켜보며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 “가계부채 증가·집값 상승에 금융안정 훼손 가능성”

전문가들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진 점을 주목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4조8348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보다 6조7536억원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작년 8월(9조6259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치다.

정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낮추는 등 규제를 강화했지만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강남 3구(서초구, 강남구, 송파구)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됐다가 한 달 만에 재지정되는 과정에 주택 거래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통상 주택 거래부터 대출 실행까지 1~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한은도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3분기 말까지 가계대출 급증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한은 측은 “수도권 주택 시장이 가격 상승세와 거래량 모두 작년 8월을 넘어서는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가계부채 리스크가 증대됐다”면서 “주택시장 과열 영향으로 가계대출은 8~9월 중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요동치면서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커졌다”면서 “한은은 금리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서울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금융안정 훼손 가능성에 대한 부담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제약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효과를 지켜본 뒤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는 지난달 내수 진작을 위해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각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를 거쳐 지난 4일 31조8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한은도 좀 더 여유를 갖고 인하 시점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은 앞선 금리인하의 효과를 지켜보고 최근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인하 스텝을 밟아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조기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가 종료되면서 이제는 재정정책으로 경기부양이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연속 기준금리 인하의 명분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 추가 인하는 8월… 전문가 64% “최종금리 연 2.25%”

전문가 대다수는 한은의 완화 기조가 멀지 않은 시기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 11명 중 10명(90.9%)은 한은이 8월에는 금리를 낮출 것으로 봤고, 나머지 한 명(9.1%)도 10월을 예상했다. 미국 관세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교역 위축 가능성이 커 경기 하방압력이 여전하다는 점에서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미국의 전체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9.2% 증가한 1조2242억달러였지만 한국산 수입은 5.0% 줄어든 417억달러에 그쳤다. 미국 수입시장 내 한국의 점유율은 지난해 4.0%에서 올해 3.4%로 떨어졌고, 순위는 7위에서 10위로 하락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관세가 예상보다 세게 나오면 성장률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면서 “다음 주 발표되는 관세유예 종료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수요 둔화 우려가 상존하고 있어 한은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연말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전문가 11명 중 7명(63.6%)은 2.25%를, 나머지 4명(36.4%)은 2.00%를 예상했다. 한은이 0.25%p씩 금리를 내린다고 가정하면 7명은 향후 금리인하가 1회, 4명은 2회 더 단행될 것으로 본 것이다.

2.25%를 예상한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제전망이 개선되고 있고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따라 통화정책은 경기 대응에 공조하되,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측면을 함께 고려해 지나친 완화를 경계하는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차 추경이 7월 초에 시행된 후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타진할 것으로 예상하면 8월 중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2.00%를 전망한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택시장 과열 움직임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리스크 우려가 점증되면서 금리인하 기대가 일부 후퇴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나섰고 여전히 국내 성장 하방 압력이 큰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통화완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연 0.8% 성장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연말까지 2.0% 수준으로 인하할 것”이라고 했다.